헬기타고 음성 꽃동네 방문한 교황
태극기 물결에 신자들 "비바 파파" 함성
[류재복 대기자]
16일 오후 프란치스코 교황이 탄 헬기가 충북 음성 꽃동네 상공에 나타나자 신자들은 일제히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뙤약볕 아래에서 교황을 기다리느라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신자들은 언제 그랬냐는듯 벌떡 일어나 설레는 마음으로 교황을 맞이했다.
오후 4시 10분께 교황이 탄 헬기가 희망의 집 바로 앞 잔디광장에 내려서자 신자들은 "비바 파파!"(Viva Papa, 교황 만세)를 외치며 환영했다. 헬기에서 내린 교황은 이시종 충북지사 등 영접객들과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차량 덮개가 없는 오픈 카를 타고 인파 사이로 향했다.
오픈 카에 탑승, 시속 5km가량의 속도로 이동하면서 교황은 10여명의 어린 아이에게 입을 맞추고, 신자들의 인사에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잔디광장에서 희망의 집까지는 500여m에 불과했지만 소요시간은 10분이 넘게 걸렸다. 교황은 '신자들과 눈을 마주치고 싶다'며 일찌감치 의전용 차량 대신 오픈 카를 준비해달라고 요청해놓았다.
교황을 만나기 위해 도로에 서서 5시간을 기다렸다는 김매자(74·여)씨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생애 한 번 있을까말까한 기회여서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꽃동네를 찾았다"며 "기다림조차 기쁨 그 자체였는데, 교황을 직접 뵙고 나니 너무나 영광스럽다"고 감격스러워했다.
태어난 지 6개월 된 딸과 함께 꽃동네를 방문한 30대 주부도 "뜨거운 날씨에 많이 힘들었지만 멀리서나마 뵙게 돼 감격"이라며 "딸이 교황님의 기운을 받아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올바르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날 음성 꽃동네에는 이른 아침부터 몰려든 신자와 수도자 등 3만여명이 운집, 하루종일 북적거렸다. 교황은 이곳에서 장애인과의 만남을 가진 뒤 태아동산으로 이동해 '생명을 위한 기도'를 올렸고, 수도자와 평신도와 함께하는 일정을 소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