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사고 어린이 1명사망 50여명 부상
[류재복 대기자]
15일 오후 1시 5분께 충남 공주시 정안면 대산리 갈릴리수양관 비전센터 건물. 벽 없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된 이 건물 1층 통로에 김모(53·여)씨가 몰던 검은색 SM7 승용차가 굉음을 내며 갑자기 들이닥쳤다.
당시 통로에는 경기·호남·제주지역 47개 교회에 다니는 초등학교 3∼6학년 학생들이 13일부터 진행 중인 3박4일 일정의 하계수양회 이틀째 오전 교육을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기다리거나 식사 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교육시간이면 비어 있었을 공간이지만 마침 낮 12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점심시간이었다.
김씨의 승용차는 이들 학생 수십명을 잇따라 치면서 30m가량을 돌진한 뒤 건물 기둥을 들이받고서야 겨우 멈췄다. 차에 치인 최모(10)양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고 51명이 크고 작게 다쳤다.
사고장면을 목격한 40대 남성은 "아이와 함께 통로 구석에 있었는데 승용차가 내 왼쪽 다리를 스치고 지나가 깜짝 놀랐다"며 "엔진 굉음이 엄청 크게 났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학생들을 지도하던 30대 남성도 "차가 순식간에 통로를 통과했다"고 덧붙였다. 사고가 나자 수양관에 상주하고 있던 의사 4명이 달려와 응급조치와 함께 학생들의 이송을 도왔다.
부상이 심한 학생들이 먼저 119 구급차 등 10여대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크게 다친 학생들은 침대에 누워서, 부상 정도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학생들은 구급차 의자에 앉은 자세로 각각 이송됐다. 사고를 낸 김씨는 '급발진 사고'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경찰에서 "주차장에 주차하는데 차가 갑자기 앞으로 튀어나가 건물 통로로 돌진했다"며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차는 서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급발진 사고라 하더라도 차들이 다니는 공간과 건물 사이에 차량 진입을 막는 장치만 갖춰져 있었더라면 사고를 막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에서 아쉬움은 남는다.
실제로 주차장과 비전센터 건물 1층 통로 사이에는 5㎝ 남짓한 높이의 턱만 있어 김씨의 차가 건물로 돌진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차량 진입을 막는 쇠말뚝(볼라드)은 아예 없다. 하계수양회에 참석 중이던 한 신도는 "턱이 높았거나 볼라드만 설치돼 있었다면 사고 차량이 건물 통로에 있던 학생들을 덮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