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중앙協 앞 신자들 1000여명 몰려 장사진
[류재복 대기자]
"와~" 정적이 감돌던 서울 광진구 중곡동은 14일 오후5시48분 '파파' 프란치스코 교황이 등장하자 일순 설렘과 환희의 장으로 변했다. 교황은 공식 포프카가 된 짙은 비둘기색 '쏘울'의 조수석 뒷자리에 타고 반대편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TV나 사진 속에서 봐왔던 천진난만한 웃음이었다.
"진짜 교황님이야." 벨린다와 프란체스카라는 세례명을 가진 중년 여성들은 끝없이 눈물을 흘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이날 중곡동 천주교중앙협의회 앞 400여m의 길은 오후4시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을 기다리는 인파들로 가득 찼다. 1,000여명의 인파가 폭 1.5m의 인도에 한 겹, 두 겹, 다섯 겹으로 서서 교황이 올 순간만을 숨죽여 기다렸다. 경찰·천주교 측에서 대기한 인력이 600여명에 이르렀다.
이곳에서 15년째 가게를 운영하는 오준석(36)씨는 "이 동네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인 것은 처음"이라면서 "동네 분위기도 교황님이 오시기 전과 후가 달라질 것 같다"고 축제 분위기에 가득 찬 동네 상황을 전했다.
오전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나와 있었다는 장영희(60), 이정자(63)씨는 "아침부터 너무 들떠서 집에 있지도 못했다"며 "살아생전에 이보다 큰 영광이 어디 있겠느냐"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각각 벨린다와 프란체스카라는 세례명을 가진 그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검소하고 인자하신 분이 교황이라는 게 천주교도로서 행운"이라고 강조했다.
또 시민들은 기존 국빈들이 타는 방탄차가 아닌 쏘울을 타고 등장할 교황의 안전을 오히려 걱정했다. 상봉동에서 온 정대원(36)씨는 "높은 사람은 의전에 익숙해지기 마련인데 안전도 신경 쓰지 않고 지위고하 관계없이 자신을 낮추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며 "지금까지 교황 이름을 외워본 적이 없는데 꼭 만나고 싶어졌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손꼽는 교황의 매력은 단연 아이 같은 웃음이었다. 한 시민은 "때 묻지 않았다"고 명쾌히 말하며 "저 아이 같은 웃음이 자꾸 교황님을 생각하게 한다"고 했다. 중곡동에 40년째 살고 있는 유복열(64)씨는 "교황님을 보자마자 머리가 찡하고 뭔가가 치유된 것 같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