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산케이 법적대응 한발 물러서나?
[류재복 대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침몰 당일 밝혀지지 않은 행적과 그의 사생활을 연결해 보도한 일본 산케이신문에 대해 청와대가 강경한 법적 대응을 천명했다가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이미 국내 시민단체가 산케이신문 측을 고발해 조사가 진행되는 만큼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인데, 외교적 파장이나 승산 없는 다툼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제3자가 고발한 내용에 대해 그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에 따라 법적 대응을 포기할 수도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쉽게 답하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앞서 자유수호청년단과 독도사랑회 등 시민단체는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명예훼손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가토 지국장에게 12일 검찰 출석을 통보한 상태다.그러나 지난 7일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민ㆍ형사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말한 것도 시민단체의 고발 이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와대가 강경모드에서 관망 쪽으로 태도로 바꾼 데에는 다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우선 정부가 언론사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했다가 완벽하게 제압하지 못할 경우 생길 부담감이다.
해당 기사의 내용이 국내에 이미 알려진 의혹을 재정리한 것인데다, 기본적으로 국내 언론에 소개된 칼럼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산케이에만 문제를 삼는 것은 내용 때문이 아니라 '일본 언론이라서' 고발하는 것임을 시인하는 셈이다.외국 언론의 선정적 보도에 대해 국가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한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최근 박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메시지를 들고 방한한 마스조에 요이치 도쿄도지사를 접견했다.
이후 양국 관계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일본 극우 신문의 기사 하나 때문에 공들인 외교전략이 어그러지는 쪽을 택하긴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정부의 고발은 자국민 보호나 언론의 자유 측면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일본 정부의 개입을 불러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