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양돈농가 구제역 비상
[권맑은샘 기자/스포츠닷컴]
바로 옆 한우 농장에서도 구제역 증상을 보인 소는 없었다. 이들 농장 출입구와 도로, 돈사 내부 등에는 구제역 확산을 막는 생석회가 수북하게 쌓였다.주인들은 농장 내부에서 수시로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 농장주는 방역복 등으로 무장한 채 농장에서 500여m 떨어진 곳까지 차량을 몰고 가 사료운반차량이 싣고 온 사료를 옮겼다. 사료운반차량에 의한 구제역 전염을 막으려는 자구책이다.
그는 "우리 농장의 돼지는 아직 건강하고 사료를 잘 먹고 있다"라며 "제발 구제역이 확산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부탁했다. 다른 농장주는 구제역 확산을 우려해 우체부가 갖고 온 우편물도 받지 않았다. 우편물을 전달하려던 우체부는 "전화 통화에서 농장주가 '우체국에서 보관하고 있으면 구제역이 지나간 뒤 찾으러 가겠다'라며 방문을 막았다"고 전했다.
막상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의 주인은 애를 태웠다. 제대로 서지 못하고 발굽에 물집이 생기는 등 구제역 의심증상을 보인 돼지 121마리가 살처분되는 모습을 아프게 지켜봤다. 이 농장의 주인은 '저 녀석들을 마지막으로 구제역을 거둬달라고 기도했다'고 살처분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지척의 양돈 농장 2곳과 한우 농장과 달리 우리 농장에서만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라며 전염 매개체와 경로를 반드시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경남도 등은 발생농장에 이동제한조치와 함께 직원을 배치하고 사람과 차량 출입을 막고 있다.
살처분 3주 후 시행하는 임상검사와 정밀검사에서 이상이 없다고 판정되면 해제한다. 이와 함께 발생농장 500m 이내 가축에 대한 임상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합천의 해당 농가는 경북 의성에 이어 발생한 고령과 불과 27㎞ 떨어져 있다.
특히 해당 농장을 드나든 약품 공급·분뇨처리 차량이 도내 216 농가를 거쳐 간 것으로 알려져 다른 지역의 구제역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경남에서 구제역이 발생하기는 2011년 1월 김해·양산지역 이후 3년 만이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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