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新경제 밀월시대 열려
시진핑, 北 앞서 한국 방문 처음
서울에 있는 중국계 은행 위안화 청산결제銀 지정
[류재복 대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일 정상회담을 갖고 개방범위나 양허수준 등을 놓고 줄다리기 협상이 진행 중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관련, '연내 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진전시켜 나가자는 데 합의했다.양국은 그동안 '조속한' 타결을 위해 노력하자는 입장이었으나 '연내 타결'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서울에 개설하는 데 합의하는 등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간 신(新)경제적 밀월관계'의 본격적인 서막이 올랐다.지난해 6월 박 대통령 방중 당시 합의한 '양국 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더욱 성숙한 단계로 격상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지난해 시 주석의 취임 이후 '혈맹관계'인 북한보다 우리나라를 먼저 최초로 단독방문해 정치·외교·안보·경제통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의 폭과 깊이를 확대·심화함으로써 양국 관계의 우호협력을 한층 더 강화시키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가는 계기가 됐다.
양국 정부는 한·중 FTA와 관련, 지난 2012년 5월 협상 개시 후 총 11차례 협상을 진행해 왔으며 조속한 협상재개를 위해 이달 중 12차 협상에 나서기로 합의, 사실상 연내 타결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 단독·확대정상회담에 이어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경제협력 분야에서 시 주석님과 저는 미래지향적 경제협력을 확대하여, 양국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역 및 세계 경제성장에도 기여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우리 두 정상은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한.중 FTA를 통해 양국 간 호혜협력의 제도적 틀을 공고히 하고, 향후 역내 지역 경제통합을 촉진한다는 데 공감하고 이를 위해 연내 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진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시 주석 방한 계기에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한국 내 위안화 청산결제은행 지정, 그리고 위안화적격외국인투자가(RQFII) 자격 부여 등 양국 간 금융 인프라 구축에 큰 성과를 이룬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를 계기로 양국 기업과 국민 간 거래가 보다 신속하고 자유롭게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또한 위안화 국제화와 위상 강화에 대비하고 경제통화를 다변화하는 것이 우리 국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에 따라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서울에 개설키로 했다.
앞으로 무역 교류 시 달러화를 각종 통화로 바꾸는 번거로움 없이 위안화와 원화 거래가 가능해졌다. 환율 변동성에 의한 환리스크도 크게 줄어들게 됐다.양 정상 임석 아래 현재 주로 홍콩을 통해 이뤄지는 위안화 청산결제가 국내에서 일일 단위로 이뤄질 수 있도록 서울 소재 중국계 은행을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으로 지정키로 하고 중국 인민은행과 한국은행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확보된 위안화를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중국 채권과 증권시장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RQFII가 우리 측에 800억위안 규모로 부여됐다. 앞으로 위안화 활용 상황과 시장 수요 등을 감안해 대(對)중국 투자규모를 증액키로 했다.양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북핵 불용 입장과 한반도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6자회담 재개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키로 했다.정치·안보 분야의 협력 강화를 위해 양국 지도자 간 상호 방문 및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간 '외교안보 고위전략대화'를 정례화하고 양국 외교장관 간 연례 교환 방문도 진행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