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양국정상 방한 비교분석
오바마-시진핑, 삼계탕, 김치 각각수입
미.중 양국정상 모두 세월호 사건에 애도표해
[류재복 대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여정에는 보이지 않는 경쟁 상대가 있다. 바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세계질서를 좌우하는 G2(주요 2개국) 국가 정상들이 두 달여 간격으로 한국을 찾은 데다 동선도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두 정상이 한국 땅을 밟는 순간을 비교해보면 시 주석이 한 단계 더 높은 환영 의전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4월 오바마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에서 내렸을 때는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이 맞이했지만 3일 도착한 시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부부가 영접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실무방문, 시 주석은 국빈방문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외교부 관계자의 설명이지만 미·중이 최근 들어 경제 분야에서부터 군사·안보 분야까지 사사건건 대립을 거듭하며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이라 눈길을 끌었다.
이날 중국인 관광객들이 시 주석 부부를 보기 위해 숙소인 신라호텔로 몰려든 것도 오바마 대통령 방한 때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중국 쪽이 가장 의식하는 부분은 세월호 참사 위로였다. 참사에서 중국인도 희생됐기 때문에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시 주석은 우선 3일 확대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중국에 '먼 친척이 가까운 이웃만 못하다'는 말이 있듯이 중·한 양국은 좋은 동반자이자 친구"라고 애도를 표했다.
시 주석은 추가적 '위로 행보'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도 정상회담과 기자회견 때 수차례 조의를 표했다. 아름다운 부활을 상징하는 백악관 목련 묘목을 직접 가져와 단원고에 선물했다. 한국 정부에는 위로의 뜻으로 참사 당일 게양했던 성조기를 전달했다. 두 정상이 한국 음식을 전면에 내세워 무역장벽 해소의 상징적 의미를 부각시킨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위생 검역 문제로 10년 동안 막아왔던 삼계탕 수입을 허용하게 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제 미국 소비자들도 삼계탕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시 주석은 김치 수입을 선물로 줬다. 박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양 정상은 식품 기준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고 한국산 김치의 대중국 수출 문제에 대해 우선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2010년부터 김치의 중국 수출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발효식품이 없는 중국은 발효 과정에서 많은 유산균이 나오는 김치에 엄격한 세균 검출 기준을 적용해 수입을 제한해왔다.
바쁜 일정 중 한국의 기업인들을 만날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도 공통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계 총수, 경제단체장들과 조찬간담회를 하면서 '셀피(카메라로 자신을 찍은 사진)' 사건을 언급해 화제를 모았다. 미국 메이저리거 데이비드 오티스가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찍은 셀피를 트위터에 올렸는데, 삼성전자가 공식 트위터 계정에 이 사진을 리트윗하면서 백악관이 "대통령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그런데 정작 오바마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먼저 이 이야기를 꺼내며 "큰 문제가 아니었다"는 '쿨'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시 주석의 스케일은 훨씬 크다. 시 주석과 함께 방한한 경제 사절단만 250여 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4일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는 한·중 기업인 42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시 주석은 4대 그룹 총수, 경제단체장들과 함께 티타임을 가질 계획이다.
두 정상의 대학 강연도 디테일에서는 차이가 난다. 2012년 한국외대를 선택했던 오바마 대통령 측은 경호와 의전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외대 미네르바 컴플렉스(현 오바마홀)는 원형극장 형태라 의전에 적합하고 관객의 미세한 움직임도 포착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호하기에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시 주석이 선택한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는 길고 좁은 일자형 공간이기 때문에 의전 편의와는 거리가 멀다. 사각지대가 많아 경호도 불편하다. 이 때문에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등 서울대에서 강연한 주요 인사들은 모두 문화관을 선택했다. 그럼에도 시 주석이 글로벌공학교육센터를 선택한 것은 칭화대 공학도 출신으로서 이공계에 대한 애착이 강력하게 작용했다고 한다.
의전 문제 때문에 학생들과의 교감에 방해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시 주석의 뜻에 따라 서울대는 최대한 간소하게 행사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