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선 "주취 정도 불분명 무죄"
[류재복 대기자]
대구에서 호프집을 하는 김아무개(42)씨는 2012년 9월22일 아침 8시30분께 길옆에 주차된 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감자탕집에서 반주로 소주를 한병 마신 뒤였다. 한시간 이상 흐른 9시48분께 경찰이 출동했고, 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인 0.1%를 훨씬 넘는 0.158%였다. 검찰은 김씨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하급심과 대법원은 처벌 여부에 대해 판단을 달리했다.
1·2심은 술을 마신 직후 운전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김씨는 이날 새벽 6시40분께 밤샘 영업을 마치고 근처 감자탕집에서 반주를 마셨다고 진술했다. 음주를 마친 시각은 8시10분께. 술자리가 파하고 20분 뒤 운전대를 잡은 것이다. 개인차는 있지만 보통 음주 뒤 30~90분 사이 알코올이 핏속에 흡수돼 혈중알코올농도가 높아진다. 재판부는 김씨가 운전한 시점은 혈중알코올농도가 상승하는 시간대라 수사기관이 추정하는 정도로 취했는지 불분명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당시 정황에 따라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할 수 있다며 유죄 취지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길옆에 주차된 차량을 충돌하고도 사고 사실을 전혀 모르고 지나쳤고, 사고 지점에서 50m 정도 떨어진 본인의 호프집에서 검거될 당시 맥주를 한병 따놓고 마시지도 않은 채 잠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또 "검거 당시 경찰의 보고서를 보면 '보행은 비틀거림. 혈색은 얼굴과 눈동자에 충혈'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런 사정을 종합해 보면 차량 운전 당시 김씨가 적어도 혈중알코올농도 0.1% 이상의 술에 취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