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규모 고려인 모국방문단 국회방문
정의화 의장 "모국 방문한 동포들 진심으로 환영"
20일부터 서울·천안·광주 등 전국 순례 나서
[류재복 대기자]
올해 '고려인 이주 150주년'을 맞아 러시아 각지에 거주하는 고려인 동포들이
모국 방문단을 이뤄 대거 방한했다. 하바롭스크, 우스리스크, 마가단,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각지의 고려인 동포 129명은
'고려인 동포 모국 방문단'이라는 이름으로 여객선을 타고 강원도 동해항을 통해 19일 한국에 도착했다.
먼저 국내에 도착해 있는 고려인 동포와 행사 스태프까지 합하면 방문단 수는 총 150명으로, 고려인
동포 방문단 단일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전날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에서 현지
한국 총영사관의 환송을 받은 동포들은 이날 오전 동해에 도착한 뒤 삼삼오오 사진을 찍으며 모국 방문에
감격스러워했다.
저마다 태극기를 든 동포들은 해군 1함대 군악대의
연주 속에 동해시 관계자들로부터 환영의 꽃다발을 받자 함박웃음을 지었다.
곧장 서울로 이동한 동포들은 국회에서 준비한 공식 환영식에 참석했다. 국회가 모국을 찾은 고려인
동포들을 위해 환영식을 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환영식에는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해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와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이 참석했다.
정성호·김회선·강석호 의원도 함께해 모국을 찾은 고려인들을 반겼다.
정 의장은 축사에서 "러시아 대륙 이주 150주년을 맞아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전역에 계시는 55만
동포를 대표해 모국을 찾아준 방문단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이 자리에 함께한 독립유공자후손, 그간 모국 방문 기회가
없었던 극동 러시아 고려인 동포 여러분께 따뜻한 위로와 존경의 인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축사 도중 동포들에게 저녁을 대접하고 싶다면서 방문단의 일정이 비어 있는 24일 저녁 국회
만찬을 즉석 제안했고, 동포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기자
시절인 1989년 구소련을 방문했던 일을 소개하며 고려인 동포 한글교육을 위해 최대한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대신해 참석한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한국) 방문 동안 불편함 없이 구석구석 많이 보고, 좋은 추억 많이 만들기 바란다"면서 맺음말 대신 애국가 마지막 소절을 불러
좌중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정 의장은 행사 마지막에 동포들에게 '대한민국
만세'를 제안했고, 고려인들은 한 손에 소형 태극기를 들고서 '만세' 구호를 따라 외쳤다.
환영식 자리에는 모국 방문단 일원으로 온 독립유공자 최재형·김경천·박밀양 선생 후손들이 자리해 의미를
더했다. 최 선생 손자인 쇼루코프 알렉산드르(42)는 모스크바에서 떠난 머나먼 방한 길에 아들을 동행했다. 이날 저녁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주최 만찬에 참석한 고려인 동포들은 20일부터 본격적인 전국 순례에
나선다.
20일 충남 천안에 있는 독립기념관을 둘러본 뒤
23일까지 광주에 머물며 고려인마을에 사는 '또 하나의' 고려인 동포들을 만난다. 동포 방문단은 20∼21일 기아자동차 등 산업현장을 견학하고, 연해주 고려인 독립운동을 주제로 한
토론회도 연다. 모국 방문단과 함께 온 '아리랑'과 '바라반' 단원들은 22일
광주 남구문예회관 무대에 올라 한국 관객과 만난다.
이밖에도
고려인 동포들은 서울시청, 안중근기념관, 평창동계올림픽 주경기장 등을 방문하며 한국을 떠나기 전 강원도를 중심으로 관광 일정을 소화한다.
24일 저녁에는 정 의장의 제안에 따라 국회에서 열리는 만찬에 참석한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고려인돕기운동본부는 "2007, 2008년에도 러시아 연해주 동포 100여 명을 초청한 바 있으며 규모로만 보면 올해가 가장 크다"면서
"모국을 찾으려는 동포가 워낙 많아 초청 대상자를 선정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혔다.
동포 방문단에는 러시아 언론사 취재진도 동행해 고려인들의 모국 방문 표정을 러시아 현지에 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