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선원, 1등기관사 1명만 공소사실 인정
檢, 서류 등 2500여건 증거 제출, 증거 인정에 상당 시일 걸릴 듯
[류재복 대기자]
살인죄 등 혐의로 기소된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두번째 재판에서는 검찰의 증거목록을 놓고 검사와 변호인 간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17일 광주지법 형사 11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검찰은 그동안 수집한 서류와 녹화 CD 등 2500여건에 달하는 증거목록을 제출했다.
하지만 15명 선원들의 변호인들은 경찰과 검찰에서 작성한 조서 가운데 200여건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2등항해사 김모씨와 1등항해사 손모씨는 검·경 조서나 증거자료 가운데 49건이 내용이나 입증 취지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선장은 21건에 대해 검찰의 증거목록을 부인했다. 반면 3등항해사 이모씨와 1등기관사 손모씨는 검찰의 증거 자료를 모두 시인했다.선원들이 부인한 검찰의 증거목록 대부분은 경찰과 검찰 조사과정에서 진술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증거로 채택됐다는 점이다.
또 기소된 선원들이 공동으로 진술한 부분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증거로 채택돼 입증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타수 오모씨의 변호인은 이날 오씨의 날인이 없는 검찰의 조서가 증거목록에 올라와 있다고 항변했다. 검찰은 오씨가 날인을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일부 선원들은 검찰과 경찰이 제출한 진도VTS의 녹취 내용이 달라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검찰은 녹음 상태가 좋지 않아 비롯된 것으로 인정하고 대검찰청에서 나온 대화내용 녹취록을 다시 제출하겠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세월호 재판의 첫 관문인 검찰의 증거 인정 여부에서 변호인 측의 반대로 재판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검찰은 선원들이 부인한 증거목록을 증거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증거목록에 적시된 이들이 법정에 나와서 증언을 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기소된 세월호 선원 15명 가운데 1등기관사 손모씨 한 명만이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이날 유기치사상, 수난구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손씨의 변호인은 "순식간에 배가 기울어 승객들을 구조하지 못했다는 변명을 하지 않겠다"며 "수사 개시 후 자살을 기도했고 고혈압 등 지병이 악화된 사정 등을 양형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재판부는 30일 세월호와 '쌍둥이배'로 알려진 오하마나호에서 현장검증을 한다.
변호인은 선원들이 세월호 침몰의 원인인 과적과 고박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업무상 과실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세월호 침몰 사고 책임을 놓고 선원들과 선사인 청해진해운 간의 공방도 예상된다.
다음달 22일부터 시작되는 증인신문기일에는 세월호 승무원들의 살인죄 규명을 위해 단원고 생존 학생과 교사 20명을 비롯해 승무원 10명, 구조에 나선 해경 10명 등이 핵심 증인으로 채택될 계획이다. 당시 구조 작업에 나선 해경 등에 의해 촬영된 동영상도 증거로 법정에서 상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