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친정체제로 국정 3기출범
'김기춘과 친박 그룹' 앞세워
[류재복 대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8일과 12일 수석비서관 9명 중 5명을 교체하며 청와대 3기 체제를 출범시켰다. 지난해 8월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등 5명을 바꾸며 2기 체제를 가동한 지 10개월 만이다.3기 체제의 특징은 '친정체제' 강화로 요약된다. 친박(친박근혜) 측근 인사를 전진 배치해 '국정 추진력'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7·30 재·보궐선거 이후부터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내년이 유일하게 정책성과를 낼 수 있는 기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조치다.3기 체제에선 관료 출신 수석들의 퇴조가 눈에 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첫 수석비서관 9명 중 관료 출신은 4명이었다. 2기 체제에선 오히려 관료 출신이 6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3기 체제에선 기존 멤버인 최원영 고용복지수석과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새로 내정된 김영한 민정수석 등 3명만이 관료 출신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료 개혁을 화두로 내세운 만큼 관료 출신을 최대한 배제한 것으로 풀이된다.그 빈자리엔 박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전면 배치됐다.
박 대통령의 '그림자 수행원'이었던 조윤선 신임 정무수석과 박근혜 정부의 '정책 설계자'인 안종범 신임 경제수석이 대표적이다. 정수장학회 이사를 오랫동안 지낸 송광용 신임 교육문화수석도 '친박 인맥'으로 분류할 수 있다. 8일 임명된 윤두현 홍보수석도 YTN 기자 시절부터 박 대통령과 친분을 쌓아 왔다.
정부 출범 초에 박 대통령과 별다른 인연이 없는 인사들이 대거 청와대와 내각에 포진한 것에 비하면 박 대통령 인선 스타일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친정체제' 구축은 세월호 참사에 이은 인사 파행으로 국정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자 긴급 수혈하는 성격이 짙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에 앞서 구체적 정책성과를 만들어 내야 할 책무가 3기 체제에 주어진 것이다.
김기춘 비서실장 위상 더 높아져
수석비서관의 중폭 교체 속에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은 유임됐다. 박 대통령이 국무총리와 국가정보원장, 대통령국가안보실장 등 국정의 핵심 포스트를 대거 교체하는 상황에서 김 실장을 마지막 버팀목으로 삼은 것이다. 당정청 막후 조율사로서 김 실장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여당 지도부와의 실질적 소통 채널도 김 실장이 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초선 의원 출신인 조 신임 정무수석이 다선이 즐비한 새누리당 지도부를 직접 상대하기 힘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공안통인 김 실장 취임 이후 사정 라인에서 공안통의 약진도 눈에 띈다. 김영한 신임 민정수석도 서울지검 공안부장을 지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김수민 국가정보원 2차장 등도 공안통으로 분류된다.야당은 김 실장의 유임에 즉각 반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국민의 관심은 김 실장의 퇴진 여부였지만 박 대통령은 국민 요구를 끝내 외면했다"며 "만기친람(萬機親覽)에 이어 '만기춘람'(김 실장의 이름을 빗댄 표현)으로 불통인사 일인통치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당초 12일 오전 청와대 수석 인사가 아니라 내각 개편을 단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역사인식 파문이 확산되자 13일 예정된 수석 개편을 앞당겨 발표했다. 문 후보자가 해명을 한 뒤 여론의 추이를 살필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내각 인선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상황에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후보자를 국회 인준까지 어떻게든 끌고 가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론이 더욱 악화된다면 개각 발표가 다시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박 대통령이 구상하는 개각 폭은 17개 부처 가운데 두 자릿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최종 조율 과정에서 폭은 조정될 수 있다.
청와대 인적 쇄신에서 나타난 '측근 중용, 관료 퇴조' 현상은 내각 개편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팀을 제외한 상당수 부처 장관에 대선 공신이나 박 대통령과 오랜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