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 4곳 기초단체장 모두 잃어
2010년 대비 '초라한' 성적표
[류재복 대기자]
통합진보당과 정의당 등 진보정당들은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은 물론이고 기초단체장도 단 한 명 당선시키지 못하는 등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양당체제라는 냉엄한 현실의 벽을 다시 절감한 셈이다.
먼저 제3당인 통합진보당은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사건과 정당해산심판 청구 등으로 벼랑 끝에 몰린 채 지방선거를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총력을 다해 선거에 임했지만 기대했던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는 평가다.광역 단체장 후보 12명을 출마시키며 야심찬 도전에 나섰지만, 이성수 전남지사후보가 10% 초반대 득표율로 2위를 한 것을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득표조차 이뤄내지 못했다.
41명의 후보가 나선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현역 구청장인 울산 동구의 김종훈 후보와 북구의 윤종오 후보마저 새누리당 후보에 간발의 차이로 밀려나면서 한 명의 단체장도 배출하지 못했다.제4당인 정의당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는 못할 상황이다.
4명이 출마한 광역단체장 후보 중에는 울산의 조승수 후보가 20%중반대의 지지를 얻었지만, 새누리당 김기현 후보를 추적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김기현 후보는 일찌감치 당선을 확정지었다.
기초단체장 중에서 기대를 걸었던 현역 구청장인 인천 남동구 배진교 후보도 49.7%를 득표하면서 선전하긴 했지만, 50.3%를 득표한 새누리당 장석현 후보에게 분패했다. 이 같은 진보정당의 부진은 2010년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2010년 선거에서 옛 민주노동당은 울산 북구, 인천 동구, 남동구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듬해에는 울산 동구 재보궐선거에서도 승리를 거머쥐며 4개의 기초단체장 자리를 차지하는 등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어렵게 확보한 4곳의 기초단체장 자리를 모두 넘겨주며 분당 사태와 내란음모혐의 사태로 인한 종북논란 등으로 냉담해진 민심의 심판을 피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진보정당들의 선거 이후 행보가 더욱 험난해 지리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진보정당 내에서도 이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5일 오전 열린 공동선대위원회에서 "새로운 세상, 함께사는 나라를 향한 국민의 열망은 커졌지만, 이를 온전히 담아내야할 진보정치는 분열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따가운 평가를 받았다"며 "단결과 헌신만이 진보정치를 되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국민의 냉엄한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진보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고, 정의당은 아직 대안 진보정당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고, 심상정 원내대표는 "초라한 성적표를 무겁게 받아들인다.
선거 결과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진보정당들은 예전에는 10%가 넘는 지지를 얻을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극소수의 지지층만 남았다"며 "왜 국민들의 외면을 받는지 철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