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선거 보수진영 완패 세월호 영향
[류재복 대기자]
4일 치러진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진영이 완패하면서 교육계의 판도가 뒤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정부와 교육당국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과 진보 단일후보 출마 등의 요인이 보수 진영 완패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5일 오전 8시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결과에 따르면 진보 성향 후보들의 당선 예상 지역은 총 13곳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 조희연 후보, 경기 이재정 후보, 인천 이청연 후보 등 모두 진보 후보들이 당선됐다. 개표율 90% 안팎을 기록 중인 가운데 조희연 후보는 39.2%, 이재정 후보는 36.3%, 이청연 후보는 31.9%의 득표율로 해당 지역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지방에서도 진보 성향의 후보들이 선전을 펼쳤다.
부산의 경우 김석준 후보(34.7%)가 임혜경 현 교육감(22.2%)을 누르고 당선됐다. 세종시에서는 최교진 후보(38.2%)가, 충북에서는 김병우 후보(44.5%)가, 경남에서는 박종훈 후보(39.4%)가, 제주에서는 이석문 후보(33.2%)가 각각 당선됐다. 또 전북 김승환(55.0%), 전남 장만채(56.0%), 광주 장휘국(47.6%) 등 현직 진보 교육감들도 연임에 성공했다.
박빙 승부를 펼친 충남도 개표율 98%를 기록중인 가운데 김지철 후보가 31.9%로 당선이 확실시된다.반면, 보수 진영은 대전(설동호 31.4%), 경북(이영우 52.1%), 대구(우동기 58.5%), 울산(김복만 36.2%) 등 4곳에서만 승리를 거뒀다.진보 진영의 압승은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한 보수 진영이 자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보는 13곳에서 단일후보를 냈으나, 보수는 단 한 곳에도 단일후보를 출마시키지 못했다. 특정 단체들에 의해 보수단일후보로 추대된 인사들도 있었지만, 다른 보수 후보들이 그대로 출마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보수 진영의 분열이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보수 후보들의 표를 모두 합치면 진보 후보들보다 높게 나온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진보 후보의 경우 단일화를 이뤄내 누굴 뽑아야 하는지 뚜렷하게 유권자들에게 인지가 됐다"며 "보수 진영에서는 그렇지 못해 후보 난립에 따른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선거를 한 달 반 가량 앞두고 발생한 세월호 참사도 유권자들이 진보교육감을 택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참사에서 보여준 정부와 교육당국의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모습 탓에 유권자들이 보수 후보를 외면했다는 분석이다.
교육감 선거의 경우 정당 공천이 없으나 유권자들에게 보수 후보들은 현 정부와 새누리당과 같은 세력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하병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세월호 참사로 교육에 대한 국민적 성찰도 교육감 선거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근본적인 교육변화를 강조한 후보들이 지지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 대변인은 "입시교육과 특권교육을 키워온 박근혜정부와 달리 혁신학교와 무상교육 확대, 특권교육 폐지 등 반경쟁 교육복지를 표방한 후보들의 공약에 학부모와 교사, 시민들이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덧붙였다.한편, 2010년 첫 민선 교육감 선거에서는 서울·경기·강원·전북·광주·전남 등 6곳에서만 진보 후보가 당선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