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구원파’ 허락 받고서야 금수원 진입
[류재복 대기자]
검찰이 21일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부자(父子) 검거를 위해 금수원을 압수수색했다. 유 전 회장 일가가 잠적한 지 10여일 만이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오후 12시3분쯤 검찰 수사관 70여명을 금수원에 들여보냈다. 검찰은 경기지방경찰청에 '기동대 10여개 중대, 1200여명의 경찰병력을 오전 7시까지 금수원 앞에 집결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구원파 측의 반대에 막혀 5시간가량을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에 대한 피의자 심문용 구속영장(구인장), 장남 대균(44)씨에 대한 체포영장, 금수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등 3장의 강제수사 영장을 쥐고 있었다. 그러나 금수원 진입은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허락을 받고 나서 이뤄졌다. 검찰은 구원파를 설득하기 위해 '유 전 회장과 구원파는 오대양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내용을 공식으로 천명해 달라'는 요구까지 들어줬다.
압수수색은 오후 8시까지 진행됐지만 유 전 회장과 대균씨는 찾지 못했다. 검찰은 전날 유 전 회장이 금수원을 이미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허락받고 하느냐'는 비판에 대해 "검거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불상사를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최근까지 머물렀던 금수원 인근의 별장 CCTV를 확보해 유 전 회장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주변 CCTV를 정밀 분석해 도주 경로를 파악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 은신처에 대해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며 "구원파 신도 자택 등을 중심으로 확인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서청원 공동선대위원장은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당·시도당선대위 연석회의에서 "검찰 수사가 대단히 미진하다고 (국민이) 얘기하고 있다"며 "유 전 회장이 도피했는데 이것은 수사에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세청은 유 전 회장 일가 계열사들의 부동산을 추가 압류했다. 서울 역삼세무서는 지난 20일 문진미디어 소유 부동산 18곳과 다판다 소유 부동산 10곳 등을 압류하고 서울중앙지법 등기국에 등기 촉탁 신청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