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中노동자, 세월호 성금기탁
"성금 못 내면 불면의 밤 보낼 듯"
[류재복 대기자]
"저는 평범한 중국인입니다. 제 마음을 담아 100만원을 보내드립니다. 보잘것없겠지만 작은 힘이라도 돼 주고 싶습니다" 한국으로 건너와 힘겹게 살아가는 중국인 불법체류 노동자가 세월호 참사 유족에게 힘을 보태고 싶다며 익명으로 성금 100만원을 내놓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9일 국내 중국동포 언론사인 '한중법률신문'에 따르면 60대로 보이는 한 중국인 남성은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있는 이 신문사를 찾았다.초라한 차림의 이 남성은 사무실에 들어와 이름도 나이도 밝히지 않은 채 빳빳한 10만원짜리 수표 10장을 주머니에서 꺼내 신문사 직원에게 전달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유족들을 조금이라도 돕고 싶다는 말을 더했다.
그는 신문사 직원이 "기부를 위해 정확한 신분이 필요하다"고 묻자 "불법체류 상황이라 곤란하다"며 말을 피했다. 하지만 거듭된 부탁에 메모지 2장을 받아 수표 10장을 내놓은 이유를 적어놓고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이 남성은 중국어로 쓴 메모에서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면서 대형 참사로 무너져 내린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다.
"세월호 침몰소식을 듣고도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현실에 마음이 서글퍼집니다. 저는 평범한 중국인 노동자이지만 그들에게 심심한 애도와 동정을 표합니다. 제 마음을 담아 100만원을 보내드립니다. 보잘것없겠지만 작은 힘이라도 되어주고 싶습니다. 중국 고향에는 아직 갚지 못한 수천만원(한화)의 주택대출금이 남아 있기에 저에게 100만원(한화)은 거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돈을 세월호 참사 가족에게 전하지 못하면 제 마음이 편치 않아 불면의 밤이 될 것 같습니다."
황용 한중법률신문사 사장은 "성금을 낸 분은 조선족이 아닌 한족 출신의 중국인"이라면서 "불법체류자라 신분을 밝히길 꺼렸는데, 얘기를 나눠보니 한국에 오래 있으며 대구 지하철 참사 등 대형 사고가 날 때마다 성금을 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에 산다고 하더라. 세월호 참사로 많은 학생이 숨진 단원고등학교가 있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한중법률신문사는 중국인 남성이 낸 성금을 한국 내 중국동포 단체들의 모임인 중국동포연합중앙회를 통해 세월호 참사 유족에게 전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