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축제·스포츠 '올스톱'…온 국민 일손 놓고 TV보며 "꼭 살아오라" 염원
(청주=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온 나라가 슬픔에 빠졌다.
주저앉아 자녀를 부르는 어머니, 아버지의 절규에 함께 울었다. 그들의 통곡에, 피눈물에 가슴이 미어졌다. 꽃다운 아이들이 춥고 차갑고 칠흑 같은 곳에서 겪었을 공포에 몸서리를 쳤다. 전율은 눈덩이처럼 커져만 갔다.
"어떻게 이런 일이…". 무슨 말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고, 눈으로 보고도 좀체 믿기 힘들었다. 하염없이 안타까워하고 소스라칠 뿐이었다.
여기저기서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아니 잡힐 리 없었다. 남 일이 아니었다. 시선은 텔레비전과 휴대전화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다들 장탄식만 내뱉었다.
단 한 명이라도 무사히 구조되기를 바라며 두 손 모아 기도했다. 종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비통에 잠긴 2014년 4월 16일과 17일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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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발..'
- (진도=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17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구조소식을 기다리며 밤을 지샌 실종자 가족들이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 참사로 대한민국이 멈췄다.
하던 일과 하기로 했던 일을 취소·연기했다. 애도가 먼저였다. 기적을 바라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것이 극도의 두려움에 떨면서도 '사랑한다'고, '걱정 마'라고 오히려 가족을 안심시킨 우리의 해맑은 아이들에 대한 국민된 도리였다.
하루가 멀다고 험한 말을 동원해 아귀다툼을 하던 정치권도 입을 닫고 숙연해졌다. 사고 수습에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여야 할 것 없이 6·4 지방선거 경선 일정과 선거 운동을 전면 중단했다. 1초가 아까운 후보들도 현장 선거운동을 자제하고 있다.
전국의 학부모들은 "안전도 보장되지 않는데 사고가 나면 누가 아이들을 지켜주느냐"며 수학여행 폐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급기야 경기도교육청은 각급 학교의 수학여행을 포함한 각종 현장체험학습을 전면 보류하기로 했다. 다른 시·도교육청도 안전에 우려가 있으면 수학여행을 취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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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이런일이..
- (진도=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17일 오전 사고 해상에 도착한 한 실종자 가족이 빠른 유속으로 구조작업이 지연되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고려산 진달래 축제 전야제, 고인돌 문화 축제(이상 인천), 춘덕산 복숭아꽃축제(경기 부천), 통합청주시 출범 준비사항 브리핑(충북 청주), 용인에버 벚꽃축제(경기 용인) 등 전국의 축제나 일정이 전면 취소되거나 규모가 축소됐다.
연예계도 추모 대열에 동참했다. 가요계는 음원 발매와 프로모션 일정을 연기했다. 방송계와 영화계도 제작발표회, 언론시사회 등을 뒤로 미뤘다.
스포츠도 예외는 아니다. 프로야구는 응원을 자제하고 치어리더 공연을 펼치지 않기로 했다.
프로축구 2부 안산 경찰청축구단은 오는 20일 홈 경기를 무기 연기했다. 축구단은 "연고 지역 학교인 단원고에서 사상자가 다수 발생한 상황에서 홈 경기를 치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발생한 전남지역이 연고인 전남 드래곤즈도 전북 현대와의 19일 홈 경기를 '무응원' 경기로 열기로 했다.
전국 지자체들은 너나없이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다. 생수, 모포, 컵라면, 빵, 휴대용 버너 등 구호 물품을 지원고 인력 파견도 검토하는 등 행정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여객선·유람선 운항 실태 점검에도 착수했다.
청주에 거주하는 김모(48)씨는 "사고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을 떠올리니 가슴이 무너지는 아픔을 느낀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시스템을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청천벽력같은 참사에 모든 것이 멈춰선 대한민국의 온 국민은 지금 희생자·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오열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17 14:1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