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사 예상사건 풀어줄 열쇠 '노트'도 사라져…경찰 "보고누락"
(하남=연합뉴스) 최해민 이영주 기자 = 국가정보원 권모(51) 과장 자살기도 사건 현장에서 A4용지 크기의 노트 한 권이 사라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경찰이 사건 현장을 제대로 보존하지 않는 등 초동조치를 미흡하게 해 사건에 대한 혼란만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남경찰서 하남지구대 경찰관 2명은 22일 오후 1시 34분께 하남시 신장동 모 중학교 옆 상가건물 주차장에서 권 과장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접수, 4분 뒤 현장에 도착했다.
10분여 뒤 현장에 권 과장 처남이라고 주장하는 A씨가 찾아와 "남양주에서 권 과장과 함께 노모를 모시고 사는 사람이며 차 주인"이라고 경찰에 말했다.
차 내부 사진을 찍던 경찰관들은 A씨가 조수석 검은색 가방 위에 있던 A4용지 크기의 노란색 노트 한 권을 꺼내는데도 이를 제지하지 않고 노트에 끼워져 있던 운전면허증만 달라고 한 뒤 권 과장의 인적사항을 수첩에 적었다.
그 뒤 이 노트는 사라졌다.
경찰은 A씨가 가져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권 과장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진 직후여서 경찰은 '변사사건'을 예상해 현장을 보존했어야 하지만 사건경위를 밝힐 노트를 확인하기는커녕 A씨가 가져가는 것조차 제지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출동한 소방서 구급대원은 권 과장이 심정지 상태로 의식이 없고 사망 직전에 보이는 '임종호흡'을 하고 있었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노트에는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과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 대한 진상 등이 적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해당 경찰관들은 A씨가 현장에 있던 노트를 가져간 사실을 지구대장이나 수사 책임자인 수사과장, 경찰서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남서 수사과장은 "현장에선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는데 일부 언론에 유서 얘기가 자꾸 나와 현장 채증사진을 다시 검토했다"며 "처음 현장사진에 조수석 가방 위에 있던 노트가 나중 사진에는 없어진 사실을 어제(24일) 밤늦게 확인하고 관련자를 불러 경위를 파악했다"고 말했다.
또 "변사사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현장을 보존하지 않은 것은 (해당 경찰관들의) 조치가 소홀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남지구대장은 "사건 현장에서 노트가 없어졌다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경위를 파악한 뒤 경찰서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25 11:4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