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해군 청해부대가 '아덴만 여명' 작전에 사용한 첨단장비 기술 등 기밀자료와 이산가족 수백명의 신원정보를 북한 대남공작기구인 정찰총국에 넘겨준 대북사업가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현철 부장검사)는 국가보안법상 간첩 및 편의제공 등 혐의로 사단법인 남북이산가족협회 이사이자 부동산업체 ㈜코리아랜드 회장인 강모(55)씨를 구속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강씨는 2012년 3월∼2013년 7월 북한 정찰총국 공작원에게 국가기밀 및 중요자료 6건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가 유출한 국가기밀 중에는 3년 전인 2011년 1월 청해부대가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할 때 사용되는 등 여러 군부대와 경찰에 납품된 무선 영상송수신 장비 '카이샷(KAISHOT)'과 관련한 자료도 포함됐다.
카이샷 정보를 보내라는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은 강씨는 장비 제작업자에게 접근해 "북한에 판매하기 위해 우선 김정은 경호부대에 카이샷 20세트를 기증하자"고 제의하고 업체 웹하드에 접속해 주파수 정보 등 관련 기밀을 빼돌렸다.
또 강씨는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가 설립한 협의체인 '남북이산가족협회' 이사로 일하면서 이 단체의 설립자 명부와 정관 등 우리측 이산가족 정책이 담겨있는 내부자료를 몰래 공작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씨는 이산가족 사업에 활용할 것처럼 속여 국내에 거주하는 이산가족 396명 및 이들의 가족 명단을 입수, 북한에 넘겨주기도 했다.
이밖에 강씨는 공작원의 요청으로 북한이 건설을 준비중인 신의주∼평양∼개성간 고속도로 설계면을 제작해 주고, 'DMZ(비무장지대) 세계평화공원 개발계획' 기본 구상안을 만들어주는 등 북측에 편의를 제공하기도 했다.
특히 이 DMZ 평화공원 구상안에는 우리 정부가 비무장지대 지역의 지형·지세·표고 등을 분석해놓은 내용이 포함돼 북한이 군사작전에 활용할 경우 우리 군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해부터 서울중앙지방경찰청 보안2과, 국군기무사령부 등과 함께 수사해 강씨의 범행 전모를 밝혀냈다.
강씨는 1998년 북한쪽 부동산개발 사업에 대한 당국의 승인을 받아 북한을 3번 방문하고 중국을 자주 오가는 과정에서 정찰총국의 공작원에게 포섭됐다.
공안당국은 강씨에게 접촉한 북한 공작원이 2010년 일명 '흑금성' 간첩사건에 등장하는 리모씨인 것으로 파악했다.
강씨는 간첩사건과 관련한 언론보도를 통해 리씨가 북한 공작원이라는 사실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협력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정일 사망과 관련해 "국방위원장님의 서거를 깊이 애도드리는 바입니다"라는 내용 등의 조전을 2차례에 걸쳐 북한에 발송하고, 북한에서 펴낸 월간지를 사무실에 보관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강씨가 전달한 자료들은 북한이 군사·첩보작전이나 대남 적화전략전술에 활용할 수 있는 중요 자료"라며 "앞으로 대북사업을 미끼로 하는 북한 대남공작 방식에 대응할 수 있도록 수사체계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