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일본 재계가 6일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법원의 배상 판결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면서 우리 정부 입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양국간 과거사 보상문제 등을 규정지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보상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을 유지해왔으나 최근 이 해석을 유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우리가 배상청구와 관련해 제출한 '대일청구 요강'(8개 항목) 중 강제징용 피해와 관련해서는 '피징용 한국인 미수금'과 '전쟁에 의한 피징용자의 피해에 대한 보상금', 기타 청구권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를 두고 강제징용 문제는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해석이 유지돼왔다.
청구권협정 효력범위 등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2005년 열린 민관공동위원회에서도 협정으로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는 사안으로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 사할린 한인 ▲ 원폭 피해자 문제 등 3가지만을 거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청구권까지 소멸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데 이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라 나오면서 우리 정부 내에서도 조금씩 입장 차이가 엿보이고 있다.
지난 7월 서울·부산고법에서 각각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낸 데 이어 지난 1일에는 별도 소송에서 광주지법이 미쓰비시중공업에 손해 배상을 명령했다. 이 중 신일철주금 소송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현재 진행중인 사법절차를 지켜봐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반면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는 피해자 개인의 배상청구권은 유효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대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이에 입각해서 정부의 다음 단계 행동을 취할 것"이라면서 "대법원 판결이 나올 경우 어떻게 대처할지 정부 내에서 계속 토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대법원이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경우에 대비, 다른 부처들과 함께 청구권 협정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비롯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국자는 "대법원 판결이 제일 결정적인 고려 요소가 될 것"이라며 "대법원의 조약에 대한 해석을 외교부는 존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내에서는 대법원 판결 확정시 강제징용 배상문제가 일본 기업과 개인간 민사 소송에 그치지 않고 한일간 외교갈등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는 상황이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을 강제집행하는 등의 절차가 진행될 경우 일본 정부는 이에 강력히 반발하며 청구권협정 제3조에 명시된 외교적 협의나 중재위 회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우리가 응하지 않을 경우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ICJ)나 국제상사분쟁 절차 회부 카드를 꺼낼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1/06 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