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지주 최대 6조원 순익 전망…작년比 22%↓
금감원 "연말 건전성 강화지도 안해…3·4분기 비슷"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김승욱 기자 =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은행들의 실적이 그나마 '반토막 수준'은 면하게 됐다.
연말마다 건전성 지도로 은행의 고삐를 죈 감독당국도 올해는 특별한 계획이 없다. 은행의 빠듯한 주머니 사정을 다소 배려한 조치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우리·하나 등 은행을 자회사로 둔 4대 금융지주는 올해 최대 6조원(IFRS 연결기준)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7조7천억원과 견주면 약 22% 줄어든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2조7천억원에 그쳐 연간 순이익이 지난해의 절반도 안 될 것이라는 우려보다는 많은 셈이다.
4대 금융지주의 연간 순이익은 2010년 5조7천억원에서 2011년 9조4천억원으로 급증했으나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줄어들게 됐다.
은행들의 실적이 하반기 들어 비교적 선전하게 된 배경은 3분기의 '기저효과'와 4분기의 '규제효과'에서 찾을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들의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3분기 4대 금융지주 순이익은 1조7천억원으로 2분기(1조2천억원)보다 41.7% 증가했다.
지난 18일 가장 먼저 실적을 공시한 하나금융은 3분기 순이익이 3천775억원으로 2분기보다 1천457억원(62.9%) 늘었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 STX[011810] 관련 대손충당금이 많았지만, 3분기에 다소 정상화하면서 시장의 기대만큼 나올 것"이라고 '충당금 기저효과'를 강조했다.
오는 29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신한금융 관계자도 "시장 컨센서스(에프앤가이드 기준 5천273억원 순이익)가 비교적 객관적으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당국의 규제 측면에서 은행의 수익성에 긍정적인 부분은 '연례행사'처럼 연말에 강화되는 건전성 감독 기준이 올해는 덜해 3분기 수익이 유지될 것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은행들의 4분기 실적은 3분기보다 급감했다. 지나친 주주 배당을 자제하고 만약의 부실에 대비하도록 감독당국이 건전성 지도를 강화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에는 기업여신의 개별평가 대상을 늘려 충당금을 더 쌓도록 했고, 2011년 말에는 대손준비금 기준을 강화해 2조원가량 순이익을 까먹었다.
그러나 올해는 은행에 추가로 적용될 건전성 지도 계획이 아직 없다고 금융감독원은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의 수익이 많이 날 때에는 건전성 감독을 빡빡하게 했지만, 기존의 지도 기준이 순조롭게 정착된 올해는 상황이 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큰 이변이 없는 한 4분기에도 3분기 수준의 순이익은 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상장법인이 아닌 농협금융지주와 산은금융지주도 하반기 들어 흑자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연간 순이익 목표치(1조2천억원) 달성은 어렵겠지만, 2분기 400억원 순손실에서 3분기에는 순이익으로 돌아선 것 같다"고 말했다.
상반기에 대규모 손실을 내며 올해 13년 만에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제기된 산은도 3분기에 누적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은 특별한 악재가 없으면 기업대출로 발생하는 이자이익이 분기마다 3천억원씩 발생한다.
은행들이 'STX 악몽'에서 차츰 벗어나는 모습이지만, 수익 개선의 지속 가능성에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적지 않다.
여전히 은행 수익의 핵심인 이자이익이 저금리 기조 탓에 감소 추세인 데다 최근의 실적 반등은 외부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효과와 충당금 환입효과 등으로 실적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지속 가능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율 하락으로 외화부채의 원화 환산금액이 줄어들고, 주가 상승으로 유가증권 평가이익이 발생하는 등 은행 경영의 성패와 무관한 요인이 좌우했다는 것이다.
다음 달 1일 실적을 발표하는 우리금융[053000] 관계자도 "2분기 순이익 수준을 맞추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