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지적 수용한다며 "친일·독재미화 매도는 부당" 반박
"현행 교과서 좌편향 문제가 더 심각" 공세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우편향 논란과 사실 왜곡·오류 지적을 받아온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주요 저자들은 17일 교육부의 수정·보완 방침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식민사관을 토대로 이승만·박정희 정권을 미화한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오히려 기존 교과서의 좌편향성을 주장하면서 '친북·친공'이란 표현까지 썼다.
주요 집필자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한국현대사학회 회장)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저자들은 교육부의 수정·보완 지시를 충분히 이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역사단체들이 지적한 298건의 문제점도 겸허하게 검토해 수정하고자 한다"면서 "이를 통해 범국민적인 교과서로 만들겠다. 사실오류뿐 아니라 평가와 해석에 대한 것도 지나치다고 판단되면 고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균형잡힌 교과서, 국민이 안심하고 가르칠 수 있는 교과서로 만들겠다"면서 "학생들에게 자긍심과 긍정적인 국가관을 심어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현대사학회 초대 회장이자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대표 집필자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상당히 다른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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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저자 기자회견
-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저자 기자회견에서 이명희 저자가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갑산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대표, 권희영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저자, 이명희 저자,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최미숙 대표. 2013.9.17 hama@yna.co.kr
그는 기존 교과서의 좌편향 문제를 부각하는 데 발표 시간 대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교학사 교과서에서 298개의 오류가 발견됐다고 주장한 역사단체 중에는 '백년전쟁'이라는 동영상을 만든 민족문제연구소가 있다"며 "우리가 왜 자유민주주의를 중심에 놓고 서술하느냐를 놓고 시비를 건 것이었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그런 지적을 수용할 생각은 없다. 그럴 거였으면 처음부터 교과서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교수는 "현재 교과서 필진은 민중사학을 주장하는 한국 국사학계에 속하는 사람들"이라며 "현행 역사 교과서가 현대사 부분에서 때로는 노골적으로 때로는 은밀하게 친북·친소·친공(친공산주의)·반미·반일·반자유민주주의적 역사의식에 바탕해 서술됐다"고 공격했다.
이어 "6·25 전쟁을 남북 공동 책임으로 돌리고 북한의 만행을 감추고 전쟁에서 우리를 지켜준 미국 등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대신 중국을 긍정적으로 서술하는 교과서가 역사 교과서로서 타당한지 평가해달라"고 했다.
또 기존 교과서가 박정희 정권의 공(功)은 소홀히 취급하고 과(過)를 적극적으로 부각시켰으며, 일부 교과서는 김대중 미화 교과서라며 다른 교과서에서도 당파성이 발견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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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저자 기자회견
-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저자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최석만 바른역사국민연합 공동대표, 이갑산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대표, 권희영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저자, 이명희 저자,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최미숙 대표. 2013.9.17 hama@yna.co.kr
그는 "1980년대에 민중사학을 주장하는 국사학자들이 학회를 만들었고 민중사학의 정신이 변경되지 않고 그대로 교과서에 계승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다른 교과서에도 오류가 많은데도 교학사 교과서만 문제로 삼는 상황이 개탄스럽다고도 했다.
그는 "천재교육 교과서를 표본으로 분석해봤는데, 348쪽에서 355쪽까지 8페이지 가운데 견해차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제외하고 사실적인 오류가 있는 것만 15개를 찾아냈다"면서 "전체적으로 650개의 사실 오류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폈다.
교학사 교과서의 친일 논란과 관련해 "아무리 뒤져봐도 그런 내용은 없었다. 잘 모르면서 왜곡돼 퍼진 내용이 많다"면서 "다른 7종 교과서에도 그정도 표현은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날짜가 틀린 것 등 사실관게 오류나 교정 오류, 원래 의도와 달리 오해를 줄 수 있는 표현은 당연히 수정한다"고 덧붙였다.
두 저자는 '단순 오류만 수정하고 논란이 된 내용은 손보지 않겠다는 것이냐'는 물음에는 "교학사 교과서를 비판하는 분도 있고 애정을 갖고 의견을 주시는 분들도 있다"면서 "전체적으로 수합해서 보완해가겠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9/17 14:5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