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공여자 진술 신빙성 인정…원심 무죄 판결 뒤집어
한 전 총리 "정치적 판결…상고해 진실 밝히겠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한만호(55)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69) 전 국무총리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별건으로 기소된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혐의가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된 가운데 나온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검찰은 당선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였던 한 전 총리를 겨냥해 표적 수사를 했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정형식 부장판사)는 16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 전 총리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천300여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한명숙에게 자금을 제공했다는 한만호의 검찰 수사 당시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사실을 오인한 것"이라며 이같이 판결했다.
한만호 전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한명숙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했다가 1심 법정에서 이를 전면 번복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1시간에 걸쳐 한만호 전 대표의 기존 진술을 믿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그의 진술은 이 사건에서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유일한 직접 증거였다.
재판부는 "한만호에게 허위 진술을 할 동기가 없었고, 한명숙과 '청주 한씨'로서 유대 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한만호가 발행한 1억원권 수표를 한명숙의 동생이 사용한 점, 한만호가 한명숙으로부터 2억원을 반환받고 추가로 3억원을 요구한 점, 채권회수목록 내용 등이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실형 선고에 관해 "한명숙이 한만호로부터 받은 금원을 사적으로 사용했고 책임을 통감하지 않아 죄질이 무겁다.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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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명숙 前총리, 항소심서 징역 2년
- (서울=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가 16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3.9.16 jihopark@yna.co.kr
재판부는 다만 원심과 항소심 판단이 엇갈렸고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점을 들어 한명숙 전 총리를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비서였던 김문숙(53·여)씨에게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원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일부 혐의를 유죄로 다시 판단해 김씨의 정치자금 수수 금액을 추가한 결과다.
한 전 총리는 선고 직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다. 정치적 판결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이어 "재판부가 검찰 주장을 100% 받아들였다. 나는 돈을 받은 적이 없다. 당당하고 떳떳하게 상고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의원들로 구성된 '한명숙공동대책위원회' 측은 법원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심 재판부가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추정에 추정을 거듭해 검찰의 주장과 증거를 끼워 맞췄다"고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한 전 총리에게 징역 4년과 추징금 한화 5억8천만원, 미화 32만7천500달러를 구형했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3~9월 한만호 전 대표로부터 현금과 수표·달러 등으로 세 차례에 걸쳐 총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7월 기소됐다. 1심은 돈을 줬다는 한 전 대표의 검찰 수사 당시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 전 총리는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별도로 곽영욱(73)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미화 9만달러를 받은 혐의(뇌물수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으나 지난 3월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한 바 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9/16 16:5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