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승세에 국내 주식형펀드 환매 급증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미국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이 본격화하고 있다.
코스피가 많이 올라 '환매 적기'라는 분석과 다음 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맞물리면서 최근 주식형 펀드의 환매가 급증했다.
12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2천742억원이 이탈해 10거래일 연속으로 자금이 순유출됐다.
순유출 규모는 지난 2월 21일(4천294억원) 이후 6개월여 만에 가장 컸으며 10거래일간 순유출 규모는 1조1천272억원에 달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지난해 말(11월 28일∼12월 21일) 17거래일 연속 순유출을 기록한 이후 8개월여 만에 최장 기간 순유출 상태를 이어갔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 이탈이 이어지는 것은 코스피 상승기에 환매가 늘어나고 신규 가입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외국인 순매수가 강해지면서 코스피가 2,000선을 넘자 환매 규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수대별 자금 흐름 동향을 보면 코스피가 1,900선 이상에서 국내 주식형 펀드의 환매는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이후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순유입 규모는 1,900∼1,925포인트(16거래일)에서 2천617억원, 1,925∼1,950포인트(3거래일)에서는 2천698억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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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DB>>
- 서울 중구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DB>>
일 평균 순유출 규모로는 각각 163억원(1,900∼1,925), 899억원(1,925∼1,950)이었다.
1,950선 이상(4거래일)에서는 7천242억원이 순유출돼 일 평균 1천81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상승 흐름을 보이자 '환매 적기'라며 주식형 펀드에서 돈을 빼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반면 신규 가입은 줄고 있다"며 "올해 코스피가 2,000선을 넘더라도 이내 빠지는 것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돈을 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코스피가 2,000선을 돌파하더라도 강한 상승동력을 받지 못했다는 '학습 효과'에 투자자들은 2,000선 안착이후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다음 주 17∼18일 예정된 FOMC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양적완화 축소 시점과 관련한 신호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 FOMC 회의 결과에 따라 증시는 출렁거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 회의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양적완화 축소 여부와 규모, 차기 연준의장 선임의 건"이라며 "양적완화 축소와 더불어 연준 의장이 누가 될 것이냐가 증시의 추가 상승과 조정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더불어 아직 가시지 않은 신흥국의 금융위기 가능성도 증시의 발목을 잡을 재료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시장에의 불안감이 여전히 있다"며 "신흥국 위기설로 한국의 매력이 부각됐지만 실제로 위기가 닥치면 전체 신흥국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데 국내 시장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9/12 09:3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