둑기 세웠던 '뚝섬', 들에 말 놓아 키웠다 하여 '마들'
서울시가 9일(목) 568돌 한글날을 맞아 서울 지하철 1∼9호선 중 한글로 된 지하철 역명을 소개했다.
서울 지하철 전체 302개 역 중 29개 역(9.6%)이 한글로 되어 있거나 나루·여울 등 한글을 포함하고 있다.
역 이름이 한글로 되어 있거나 한글이 포함된 역이 가장 많은 노선은 7호선으로 전체 51개 역 중 6개 역 이름이 한글을 포함하고 있다.
지하철 역명은 서울시 조례에 따라 지명위원회의 자문 의견을 받아 서울시장이 제정하게 되어 있다. 역명을 정할 때에는 '옛 지명'을 최우선 순위로 정하고 다음으로는 고적·사적 등 문화재, 고유명사화 된 공공시설 명칭 등의 순으로 정하게 되어 있다.
서울시 지명위원회는 지리학, 역사학, 국문학, 교통학 등 관련 학문 전·현직교수 등 10명의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지역 전설 담긴 지명.. 둑기 세웠던 '뚝섬', 들에 말 놓아 키웠다 하여 '마들'
먼저 지역에 서린 전설이 담긴 지명이 많다. ▲뚝섬역(2호선)은 조선시대 군대가 출병할 때 둑기(纛旗)를 세우고 제사를 지냈다 하여 둑섬·둑도라 불렸던 데서 유래했으며 실제 섬은 아니지만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인 모습이 섬 같다 하여 '뚝섬'이 됐다고 알려져 있다.
충정로에서 마포로 넘어가는 곳에 위치한 ▲애오개역(5호선)은 고개가 아이처럼 작다는 뜻으로 아이고개, 애고개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설과 옛날 한성부에서 서소문을 통해 시체를 내보냈는데 아이 시체는 이 고개를 넘어 묻게 했다는 설 등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실제로 과거 애오개 인근에는 곳곳에 아이 무덤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버티고개역(6호선)은 조선시대 치안을 담당하던 군인들이 한남동에서 약수동으로 넘어가는 고개에서 도둑을 쫓으며 '번도(도둑)!'라고 외치던 것이 번티→ 버티로 바뀌었다는 설이 있다.
▲까치울역(7호선)은 까치가 많아 '작동(鵲洞)'이라 불렀던 데서 유래했다는 설과 마을이 작아 '작다'는 뜻의 우리말 '아치'→ 까치로 변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마들역(7호선)은 역참기지가 있었던 상계동에서 들에 말을 놓아 키웠다고 해서 마들이라 했다는 설과 예전에 이 일대에 삼밭이 많아 순우리말 '마뜰'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으며 ▲노들역(9호선)은 수양버들이 울창하고 백로가 노닐던 옛 노량진을 '노들'이라 부르던 데서 붙여졌다.
◇한글·한자 조합.. '학(鶴)'과 물살 센 곳 이르는 우리말 '여울' 합해 '학여울'
한글과 한자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지명이 지하철 역명이 된 경우도 있다.
▲학여울역(3호선)은 과거 탄천과 양재천이 만나는 대치동 인근에 백로가 자주 찾아 왔다 하여 물살이 센 곳을 이르는 우리말 '여울'과 조합해 '학(鶴)여울'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학여울역 인근은 대동여지도에 '학탄(鶴灘)'이라고도 기록되어 있다.
서울 지하철 중에는 ▲잠실나루(2호선) ▲여의나루(5호선) ▲광나루(5호선) 등 유난히 '나루'가 붙은 이름이 많다. '나루'란 강이나 바닷목 등에서 나룻배가 서는 곳을 말하는데 지명에 나루가 붙은 곳은 오래전 나루터가 있던 곳으로 볼 수 있다.
송파구 신천동에 위치한 잠실(蠶室)나루역은 잠원동∼점말을 건너는 나루였던 데서 붙여졌으며 여의(汝矣)나루역은 현재 유람선 선착장이 있는 곳에 마포∼여의도를 잇는 나루터가 있었던 데서 유래했다.
한글 지명이지만 한자 표기를 차용한 경우도 있다. 도곡동에 위치한 ▲매봉역(梅峰·3호선)은 산봉우리가 매와 닮았다 하여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마찬가지▲동작역(銅雀·4호선)도 옛 지명인 '동재기'가 동작으로 변한데서 유래한다.
◇지형·상징물 반영.. 성황당 있었던 '당고개', 장독 닮은 바위산 '독바위'
▲당고개역(4호선)은 옛날에 고개에 성황당과 미륵당이 있었다 하여 붙여졌으며 과천에 위치한 ▲선바위역(4호선)은 개천 가운데 바위가 서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이름 지어졌다.
▲굽은다리역(5호선)은 현재 천호동 인근 마을인 '당말'과 '벽동'을 이어주는 다리가 굽었다 하여 곡교리(曲橋里)라 불리던 지명을 우리말로 '굽은 다리'라 이름 붙였다.
불광동에 위치한 ▲독바위역(6호선)은 바위산이 마치 장독 같다 하여 지어졌으며 ▲돌곶이역(6호선)은 석관동 주변에 위치한 천장산의 모습이 검은 돌을 꿰어 놓은 것 같다는데서 붙여졌다.
▲보라매역(7호선)의 '보라매'는 태어난 지 1년이 안된 매를 가리키는데 지금은 청주로 옮겨갔지만 과거 대방동에 위치해 있던 공군사관학교의 상징이 보라매였던 것에서 유래했으며 ▲샛강역(9호선)은 한강 본류에서 여의도를 휘감아 돌아 나오는 샛강에서 유래했다.
서울시 백 호 교통정책관은 "지하철 역명은 단순하게 지명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역사문화 전문가, 국립국어원 등 각 분야의 문헌 참조와 고증을 통해 제정되는 것으로 어떤 시설물보다도 지역 고유의 역사와 특색을 가장 잘 담고 있는 객관적인 지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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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표 기자 su1359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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