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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모다페 개막작 '바벨'

posted May 1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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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모다페 개막작 '바벨'

 

현대무용 '바벨'의 한 장면. (사진=모다페 제공)

 

바벨탑 이야기 모티프로 한 풍자적 작품

 

잦은 1차원적 몸짓·연기가 지루함 안겨

(서울=연합뉴스) 강일중 객원기자 = 벨기에의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와 데미안 잘렛이 공동 안무한 현대무용 작품 '바벨'(Babel)이 이틀간의 공연 일정으로 17일 대학로의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랐다.

 

한국현대무용협회(회장 한선숙)가 매년 여는 모다페(MODAFE, 국제현대무용제)의 개막작이다.

 

이 작품은 안무가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의 높은 지명도, 영국의 유명 조각가 앤토니 곰리가 무대장치를 디자인했다는 점 등이 부각되면서 벌써부터 무용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전체적으로는 연극적 요소가 짙다. 작품은 검은색 긴 부츠를 신은 인조인간 같은 느낌의 여자 무용수 마존 반 데어 쇼트가 무대로 나와 내레이션을 하면서 시작된다. 소통 수단으로서의 언어와 몸짓의 역사, 소통 수단인 언어가 만들어내는 오해, 또 다른 소통 수단인 몸짓의 퇴화 과정 등을 독특한 어조로 얘기하면서 손과 팔을 다각도로 움직이는 가운데 리듬감있는 몸짓 언어를 만들어낸다.

 

수화 같은 동작을 보이는 첫 장면이 인상적이다. 다섯 개의 알루미늄 틀로 구성된 앤토니 곰리의 설치작품을 중심으로 춤을 통해 언어와 몸짓과 소통에 대한 심도있는 작품 전개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한다.

 

이 여자 무용수의 내레이션은 남자 무용수 대럴 우즈의 내레이션으로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바뀐다. 영어라는 언어가 가지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힘에 대한 풍자로 구체성을 띤다. 영어의 막강한 영향력을 입증하는 계량화된 숫자들이 내레이션 속에 인용된다. 영어가 다양한 언어의 '왕 노릇'을 하는 것을 비아냥거리는 듯한 느낌도 있다.

 

후반으로 가면 분위기는 다시 한번 변화한다. 이번에는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의 위압적이고 오만한 이미지가 연상되는 장면이 나온다. 나라 이름이 대사 속에 나오지는 않지만 입국심사대에서 외국인들의 지문 촬영을 하고 아랍권 의상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미국을 풍자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고압적인 자세의 입국심사원은 "전통은 너희 나라에서나 지켜라"는 투의 발언을 한다.

 

이런 풍자를 통해 작품은 민족이나 언어, 종교 등의 차이에 상관없이 인간들은 모두 같고 화합이 절실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런 메시지 때문에 출연 무용수들은 각기 다른 언어·민족·종교적 배경을 갖고 있다.

 

무대에 있는 이동형 알루미늄 틀 다섯 개는 각기 가로·세로와 높이가 다른 직육면체 형이다. 이 틀은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용수들의 위치 조정에 따라 탑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사람을 안에 가두고 자유를 억압하는 공간도 된다. 13명의 남녀 무용수들은 이 틀을 세우거나 눕히거나 또는 틀 속에 다른 틀을 끼워넣는 등 여러 가지 형태의 움직임을 하며 춤을 춘다.

 

무대 뒤편으로는 높은 단이 설치돼 있고 그 위에서 다섯 명의 악사들이 타악기, 현악기, 피리 등을 연주하거나 중동음악 풍의 노래를 한다. 대부분 한이 서려 있는 듯 구슬픈 곡조의 노래다. 시리 라르비 셰르카위는 모로코 출신 아버지와 플랑드르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무대 조명은 전반적으로 어두운 편이다.

 

인상적인 시작 장면 등 초반부의 움직임, 앤토니 곰리가 디자인한 독특한 무대장치의 신선감, 라이브 음악과 노래의 호소력. 이런 긍정적인 요소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희석되어 간다. 용두사미(龍頭蛇尾) 격이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정교함이 결여되어 있는 탓이다. 1차원적인 몸짓과 연기가 자주 있다.

 

 틀 속에 갇힌 한 무용수가 밖으로 나가기 위한 몸짓으로 가상의 벽을 두드리는 장면에 맞춰 계속 북 치는 소리를 내는 것은 서커스의 마임 연기를 떠올리면서 허탈감을 준다. 풍자적인 내용이라고는 하지만 억지로 웃음을 짜내려는 듯한 개그 성격의 연기를 하는 것이 생뚱맞다.

 

다섯 개의 알루미늄 틀이 설치미술 같은 시각적 아름다움을 만들어내지만 동시에 그 틀을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그 안팎에서 춤을 추는 과정에서 무용수들의 몸을 경직시킨다. 이 틀을 두 명의 무용수가 돌리는 사이로 무용수가 묘기를 부리듯 들어갔다가 빠져나오는 장면은 주제와는 동떨어진 이미지다. 더구나 그 알루미늄 틀은 전반부에 그 기능을 다한 듯 후반부에는 거의 무대 뒤편에 움직이지 않는 배경 장치 역할밖에 하지 않는다. 후반부로 갈수록 작품의 밀도는 떨어진다.

 

작품이 지루함을 주는 데는 자막 처리의 부실함으로 내용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것도 한몫한다. 모다페 측은 이 작품에서 영어와 프랑스어, 일본어 등 외국어 대사의 일부 영어 대사만 무대 뒤 스크린을 통해 자막으로 보여줬다.

 

 작품이 언어의 문제, 소통의 부재, 이해충돌 등을 소재로 했다고 하지만 관객들이 무대에서 진행되는 대화를 이해하도록 돕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17일 공연에선 프랑스어와 일본어 대사가 상당히 있음에도 자막이 없어 그 언어를 이해하는 관객만 반응을 보였을 뿐이다.

 

영어 대사도 처음과 후반에 자막을 넣었을 뿐 중반부에는 그나마 아무것도 없었다. "현대무용은 여러 언어를 동시에 이해하는 지식인만이 즐길 수 있는 것"이라는 오해를 줄 만큼 공연 준비가 부실했다.

 

작품의 이해를 돕는 사전 관객 서비스가 없었던 점도 아쉽다.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 페스티벌 봄, 서울국제공연예술제(스파프) 같이 현대무용을 많이 소개하는 인기있는 공연예술제들은 대사가 있는 해외 작품의 경우 자막 처리는 물론 매 공연 때마다 유료 판매 프로그램북 외에 한두 장짜리 공연 세부소개서를 무료로 배포한다. "32년을 이어온 국내 최장수 현대무용 페스티벌"이라고 자랑하는 모다페는 유독 후발 주자들이 다 하는 그런 관객 서비스가 없다.

 

모다페는 오는 26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 낙산공원 등지에서 이어진다.

 

ringcycle@naver.com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18 13:3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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