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전투의 심리학'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전투는 영화나 소설에서 종종 미화된다. 총알이 머리 위를 스치고 옆에서 포탄이 터져도 군인들은 용감하게 적진으로 돌격한다.
신간 '전투의 심리학'(원제: On Combat)의 저자인 미군 육군 예비역 중령 데이브 그로스먼과 전투 심리 전문가인 로런 W. 크리스텐슨은 "진짜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며 "전투에 대해 조금 더 잘 이해하고 있었다면 더 많은 전사자들이 아직 우리와 함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전작 '살인의 심리학'에서 살인 거부감에 시달리는 군인 이야기를 연구한 그로스먼은 속편인 이 책에서 전투의 숨겨진 진실을 낱낱이 파헤친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의 상당수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전투력을 상실했다는 통계를 제시한다. 참전 용사의 4분의 1이 전투 때 바지에 오줌을 쌌고, 대변까지 참지 못한 군인도 전체 8분의 1이나 됐다는 것이다.
또 정신적 충격을 이기지 못해 후송된 인원이 전투로 사망한 인원보다 많았다는 점도 공개한다. 미군 가운데 무려 50만4천여명이 '잃어버린 사단'(Lost Divisions)이 되고 말았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전투에 나서는 사람이라면 모든 측면에 대해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며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전투에 참가하는 것은 결정적인 순간에 치명적인 오판을 하거나 생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생사가 걸린 상황에서 심한 불안감, 공포 등을 경험하면 발생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이기는 방법도 전한다. 스트레스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훈련해서 심적 대비를 갖추면 이런 장애가 오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설사 스트레스 장애로 판명되더라도 현대적 심리 치료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전투에 뛰어들기 전에 정신무장을 해야 한다. 미리 심적 대비를 하면 패닉에 빠질 가능성과 실수로 상대의 목숨을 앗아갈 가능성은 줄고, 상대를 막아 낼 가능성은 높아진다. 또한 사건 뒤에 벌어지는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살아갈 준비를 더 잘 갖추기 때문에 사후에 자살을 할 가능성이 낮아진다."(294쪽)
열린책들. 624쪽. 2만5천원.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17 07:1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