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물 영상화 등 예산·저작권 문제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고학찬 예술의전당 신임 사장이 14일 발표한 콘텐츠 영상화 사업 등 6가지 신규 사업 계획을 놓고 체계적 준비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예술의전당이 가장 전면에 내세운 것은 기획·대관 공연 실황을 영상으로 제작해 전국 공연장과 영화관, 학교 등에 보급하겠다는 것.
공연을 실시간이나 녹화로 세계 각국에 중계하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메트)처럼 예술의전당도 수준 높은 공연과 전시 등을 영상물로 제작해 문화 향유 계층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뉴욕 메트는 10대가 넘는 카메라로 촬영한 고화질의 영상물을 통해 실제 공연에서도 보기 어려운 가수의 땀방울까지 세계 관객에게 전하며 호평받고 있다.
고 사장은 "처음부터 해외 영상물 수준에 도달할 수는 없겠지만, 땅끝마을 초등학생도 예술의전당 공연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은 이를 위해 올해 중 약 4억원을 들여 8개의 영상물을 제작할 계획이지만 예산 등에 대한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못했다.
고 사장은 "후원회 기금도 있고, 민간 기업들의 협찬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 "협의해나가겠다" 등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넘어갔다.
실제 콘텐츠를 보유한 예술단체들과의 협의도 부족한 상황이다.
국립오페라단 '라보엠', 국립발레단 '돈키호테', 국립현대무용단의 '해외안무가 초청공연' 등을 영상화할 계획이지만, 이들 단체는 "협조해달라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기사를 보고서야 알았다"며 당황해했다.
예술의전당은 해외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공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문제에 대해서도 "예술단체에서 해결해주기로 했다"며 공을 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 예술단체 관계자는 "예술의전당은 공연장 대관을 무기로 가진 '슈퍼 갑'"이라며 "예술단체들은 전당 측의 '통보'를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문화예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겠다며 구상 중인 '예술의전당 예술대상'도 그 의미와 대표성 부분에서 의문을 남긴다.
예술의전당은 "방송사 실황 중계까지 검토"할 정도로 대대적인 '종합 예술대상'을 신설할 계획이지만, 전당에서 열린 공연만을 대상으로 하는 시상에 '종합 예술 대상'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런 설익은 계획 발표는 취임 때부터 '코드 인사', '전문성 부족' 등 비판에 시달려온 고 사장의 조급함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지적에 대해 고 사장은 "열심히 일해 그런 염려를 불식시키겠다"며 "계획을 실천하지 못한다면 내년에 꾸짖어 달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14 20:0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