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표 기자/스포츠닷컴]
하자센터는 5월 19일 성년의 날을 맞아 오후 5시 하자센터 신관 중정에서 성년을 맞은 청소년들을 위한 성년식을 연다.(사진제공: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
◇ 대견하고 소중한 스무 살, 온 마을이 축하하다 ◇
2006년부터 시작된 하자센터의 성년식은 ‘1백 송이의 장미 꽃다발과 초콜릿’으로 상징되는 상업적 성년식 문화를 벗어나 ‘성장과 성숙이 무엇인지, 어른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어른됨’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를 통해 청소년과 기성세대를 연결한다.
하자센터는 현재 스태프를 포함하여 5개의 대안학교, 5개의 사회적기업, 10여 개의 입주 창업팀, 3개의 공방 등 총 300여 명에 달하는 상주인구가 있는 ‘마을’이다. 마을로서의 면모를 띄는 하자센터는 1년 주기에 따라 성원들이 얼굴을 익히는 봄맞이 행사로 시작하여, 건물 옥상과 마당 안팎 텃밭에 모종을 심는 ‘시농(始農)’ 행사, 한 해의 농사를 마무리 짓는 한가위 ‘달맞이축제’, 겨울을 날 준비를 하는 김장파티 등 공동체로서의 유대감을 키우고 힘을 합하는 마을의례를 거행해 왔으며 성년식 역시 이 중 하나이다.
올해의 성년식 역시 하자마을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동료이자 인생의 선배로서 성년을 맞는 주인공들을 격려하고 스스로의 삶도 되새겨보는 자리로 기획되었다. 이는 하자센터가 다양한 배경과 연령, 학력, 직업을 지닌 사람들이 카페와 공방, 텃밭 등에서 교류하며 서로의 생각과 가치를 나누는 창의적 공유지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성년식 주인공들은 하자센터에서 배우는 대안학교 청소년들을 비롯해 총 22명. 1995년생으로 만 19세가 되는 청년들이며 지난해 성년 연령 관련법이 바뀌면서 성년식을 하지 못한 1994년생 만 20세 청년들도 포함되었다.
하자마을의 성년들은 하자센터 내의 도시형 대안학교 ‘하자작업장학교’와 청(소)년 일학교 ‘연금술사 프로젝트’를 비롯해 사회적기업 오가니제이션 요리에서 운영하는 요리학교 ‘영셰프스쿨’, 사회적기업 트래블러스맵 산하의 ‘로드스꼴라’, 사회적기업 유자살롱의 음악교육 프로그램 ‘집밖에서 유유자적’ 등 이른바 ‘네트워크학교’ 학생들이 주를 이루며, 하자센터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인연을 맺어온 일반 청소년들도 참여한다. 올해는 네트워크학교 외에도 지난해 활동했던 하자센터 청소년운영위원회, 교육팀, 사회적기업 에듀케스트라 등 하자 곳곳에서 활동하며 스무 살을 맞이한 이들이 함께한다.
올해 성년식 주례는 하자마을의 ‘촌장’ 중 한 명인 박홍이 전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가 맡는다. 재직 시절에도 연세대 자원봉사단을 이끄는 등 나눔을 실천했던 그는 최근 해외 봉사를 마치고 귀국, 하자마을의 어르신으로 검도, 호신술, 명상 등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나누고 있기도 하다. 성년자들은 식 시작 전인 3시에 주례를 미리 만나 인사도 나누고, 성년 선언문도 읽어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성년식에서 성년자들은 차례로 동쪽, 서쪽, 남쪽 방향의 마을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북쪽 방향의 주례에게 예를 갖춘다. 주례가 성년자들에게 성년의례를 맞을 준비가 되었는지 물으면 겸허히 손을 모은 이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네 그렇습니다. 저는 이제 성년을 맞이하여 세상과 우주의 이치를 들여다보며 모시는 마음과 환대하는 마음을 잃지 않을 것이며,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순환을 의식하면서 사랑과 노동과 기도를 게을리 하지 않고 우리 마을과 사회에서 한 사람의 몫을 해내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이어 주례의 성년선서 후 부모, 교사 등 각자의 멘토가 소박한 꽃관을 씌워주는 화관례를 거친 성년자들은 예를 갖춰 인생의 첫 술을 마시는 초례를 마지막으로 성년의 관문을 통과하게 된다.
하자마을 성년식 요소요소에는 마을 사람들의 힘이 보태진다. 성년자들을 위한 축하공연은 연계 사회적기업 ‘이야기꾼의 책공연’과 하자작업장학교 선후배들로 구성된 그룹 ‘페스테자’가 맡으며 식이 끝난 후에는 공동부엌에서 네트워크학교 학생들을 비롯해 여러 하자마을 사람들이 힘을 보태 장만한 국수, 전, 떡, 과일 등의 음식을 나눠먹게 된다.
청소년이 건강한 10대를 보내고, 청년으로 성장하는 빛나는 시기. 그러나 지금의 시대는 그들의 싱그러운 젊음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어른들의 지지와 동료들의 격려를 받으며 ‘실패도 배움’임을 깨우치며 배우는 학습생태계로서 역할해온 하자센터 역시 이번 성년식을 다시 한 번 맡은 바 책임과 앞으로의 과제를 되새기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
문의: 하자센터 협력기획팀 이지현 070-4268-9910, 010-5244-4021, uze@haja.or.kr
1999년 12월 18일에 개관한 하자센터는 연세대학교가 서울시로부터 위탁 운영하고 있으며 공식 명칭은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이다. 하자센터는 아동과 청소년들에게는 진로 설계 및 창의성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청장년들을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청년창업, 사회적기업 등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 하자센터 내에는 다섯 개의 대안학교 및 대안교육 프로젝트, 수시로 열리는 다양한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 문화 예술 분야 여덟 개의 인증 사회적기업과 다수의 청년 문화작업자 집단이 상주하고 있다. 이 결과 하자센터는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이 어울리면서 창의적으로 학습하고, 지구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사는, 지속가능한 삶을 꿈꾸는 마을이 되었다. 이들은 ‘하자마을’ 곳곳에서 더불어 잘 살기 위해 신나는 일을 벌이면서 보이는, 또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를 쌓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