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산책]
재미시인 석정희의 시 ‘여행 중의 비늘조각 모음’
‘코로나19’가 지구의 세태를 바꿔 놓았다.
사람들의 심성이 이럴때일수록 자연과 가까이 하고, 자연에게서 배워야하는 시기이다.
석정희 시인은 미국 L.A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이다.
석 시인의 작품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싶이 서정적이면서 ‘자연과 사람의 조화를 미학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한 서정문학의 정수’라고 평한 바 있다.
드넓은 미국 대륙도 코로나 여파로 난리인데 코로나가 오기 전, 석정희 시인이 미국 각지를 여행하며 쓴 시를 감상하면서 그녀의 문학에서 세계의 불안함을 위안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여행 중의 비늘조각 모음
석정희
<데스 밸리>
이 들판이!
왜 죽음의 골짜기라 불리우는가
바람의 무덤이
삶의 앙금이 되어 가라앉아
떠낼 수 없는 어제가
누워있어서 아닐까
물음표만 찍는다
<라스베가스>
하다하다 못해
여기까지 왔구나
사막을 건너던 무리의
오아시스도 아닌
놀랍고 낯설어 황당한
세상 속에
별똥별 하나 버려져 있다
<세도나>
햇빛도 멈춰 있기만 한 듯
깍아지른 바위산 틈으로
들여다보는 건너편이
더욱 환하다
시험관 속에 내가 들어 있다
<멕시코>
챙 넓은 모자를 쓴
마리아치의 구슬픈 가락
햇볕을 가린게 아닌
누군가에 부끄러워
저렇겠구나
가락에 담긴 어제가
아직도 살아서
길손의 가슴을 부채질한다
<솔뱅>
바다도 얼음바다
바다를 누비던
바이킹의 후예들
닻을 내인 뭍,
거친 파도 넘나던
기품 바람에 실어
풍차에 실어 달래고 있는
산 너머에 바다 있는 것을---
<요세미티>
창세기를 읽는다
조금은 억지스러운 생각이지만
물러서지 않는 숲에 갇혀
언덕 위에 어슬렁대는
곰을 본다
귀에 익은 저 소리는
거리의 자동차들일까 하는
앞에 쏟아져 내리는
한줄기 폭포
하늘이 열리던 때부터
멀리도 와 있다
<그랜드캐년>
크게 난 상채기에
흐르는 물은 신의 피라 하자
그 피 마르지않고
오늘은 날라다 놓았구나
우리는 지금 그 위에
넋을 띄워 보내고 있다
<나이아가라 폭포>
흐르기만 하던 물
심술 부리고 있다
한 번 서 보자는 것일까
세상 일에 폭폭하던 가슴
쓰러 내리고 있다
참. 참. 참---.
<사진=여행 중 딸과 함께>
석정희 프로필
* 경력: Skokie Creative Writer Association 영시 등단, ‘창조문학’ 시 등단/ 한국문협 및 국제펜한국본부 회원/ 재미시협 부회장 및 편집국장 역임, 미주문협 편집국장 역임/현) 한국신춘문예협회 중앙회 이사 및 미국 L.A 본부장 / 계간 ‘한국신춘문예’ 현) 심사위원 등
* 수상: 대한민국문학대상/ 한국농촌문학상/ 세계시인대회 고려문학 본상/ 대한민국독도문화제 문학대상/ 윤동주 별 문학상/ 유관순 문학대상 등
* 가곡 [사랑 나그네] 등
* 시집 [문 앞에서] [나 그리고 너] [The River 영시집] [엄마되어 엄마에게] [아버지 집은 따뜻했네] 등
[스포츠닷컴 엄원지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