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싱글 '이너 스페이스' 발표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가수 박지윤(32)은 MBC 드라마 '마지막 승부'로 스타덤에 오른 장동건과 1994년 동반 광고 모델로 하이틴 잡지를 찍으며 데뷔했다.
올해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20주년. 그 사이 박진영에게 발탁돼 1997년 1집 '하늘색 꿈'으로 가수 데뷔를 했고 2000년 4집 '성인식'을 히트시키며 엄정화와 함께 시대를 대변하는 섹시 가수로 꼽혔다.
그러나 2003년 6집을 끝으로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온 그는 6년 간의 공백기를 보내며 음악적인 반전을 꾀했다. 1인 기획사를 설립하고 7집(2009)과 8집(2012)에서 싱어송라이터에 도전해 어쿠스틱 사운드로 채운 음악을 선보였다.
음악의 온도차가 너무 큰 것도 놀라웠지만 그는 당시 댄스 가수란 과거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런 그가 지난해 윤종신이 이끄는 미스틱89와 계약하며 다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해 10월 첫번째 싱글 '미스터'에 이어 17일 발표한 두번째 싱글 '이너 스페이스'(Inner Space)에서도 밝은 음악에 맞춰 안무를 선보인다. 7·8집 때와 비교하면 다시 변화다.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인터뷰한 그는 "나조차 다신 춤을 추지 않을 거라고 느꼈기에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도 했다"며 "그러나 프로듀서인 윤종신 오빠가 춤은 노래를 위한 하나의 연출일 뿐이라고 조언했다. 댄스 가수로 전향한 게 아니라 노래를 살리고자 필요한 요소란 점에 공감했다. 사람은 변하나보다. 하나씩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변화는 7·8집 때 온전히 자신이 추구한 음악을 선보였을 때의 경험도 한몫했다. "두장의 앨범이 대중과 호흡하지 못해 갈증이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다보면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점이었다.
이번 싱글음반은 '이너 스페이스'란 제목처럼 박지윤의 속마음을 전작보다 솔직하게 드러냈다. 자신의 메시지를 담고자 수록곡들의 작사에 참여했다.
포스티노가 작곡한 타이틀곡 '빕'(Beep)은 복고풍의 댄스곡. 그가 싱어송라이터 시절처럼 작사를 하고 누구나 쉽게 따라 출 댄스를 더한 점은 그간의 가수 활동에서 절충점을 찾은 모습이다.
그는 "이번엔 가사가 한층 솔직하고 대담해졌다"며 "'빕'은 센서가 울릴 때 나는 알림음이자 방송에서 비속어가 나올 때 처리되는 '삑' 소리 등 이중적인 의미다. '다른 빕이 생긴 듯해'라며 내 남자를 뺏어간 여자를 'X'대신 '빕'이란 가사로 표현했다. 솔직히 이런 가사를 불러본 적이 없다"고 웃었다.
또 다른 곡 '나의 뇌구조'에선 지난 사랑에 대한 경험을 곱씹어 가사를 썼다.
"돌이켜보면 사랑해서라기보다 외로워서 만난 적도 있고 상처란 감정이 궁금해 이별을 택한 적도 있죠. 그때는 몰랐는데 30대가 되고보니 '이런 감정에서 그랬던건가'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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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을 칭찬할 점은 함께 출발한 여가수들 중 많은 이들이 연기자로 전향했지만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는 점. 그 역시 연기에도 발을 들여놓았지만 음악의 끈을 놓은 적은 없다.
그는 "이효리 언니 등이 있지만 나와 함께 활동한 여자 가수가 지금은 별로 없다"며 "나도 시작은 아이돌이었는데 특히 여가수의 수명은 짧은 것 같다. 이소라 언니처럼 노래를 계속 하고 싶다. 그렇기에 지금도 음악을 하며 여전히 내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성인식' 때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 여전히 섹시 댄스 가수의 대명사로 불린다. 걸스데이, 원더걸스 출신 선미 등이 '성인식'의 이미지를 차용했고 수많은 걸그룹들이 섹시 콘셉트로 활동하는 지금 이를 바라보는 마음도 남다르다.
"예전엔 '섹시하다'는 말이 콤플렉스였고 그 이미지를 벗고 싶은 적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여자의 매력을 표현할 수 있는 한 부분인 만큼 장점이라고 여겨요. 중요한 건 여가수에게 섹시 콘셉트는 꼭 필요하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된다는 점이죠. 그 이미지가 굳어지면 음악이 가려지거든요."
이어 적성에 맞지 않던 연예계 생활에 대한 감정도 털어놓았다. 자아가 생기기 전인 10대에 부모님 친구의 소개로 모델이 됐고 엑스트라로 참여한 광고 촬영에서 메인 모델로 발탁되자 남들은 복이라고 했다. 그러나 연예계는 내성적인 성격과 맞지 않았고 늘 관두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갈망하던 직업이 아니었고 10대가 아닌 20대 때 사춘기를 겪으며 힘들었어요. JYP에서 나오자 대부분의 기획사가 '제 2의 성인식'을 원해 저 혼자 기획사를 꾸릴 수밖에 없을 때도요. 하지만 지금은 외향적으로 바뀌었고 살아가는 방법도 알면서 사회성이 생긴 것 같아요. 하하."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2/17 07: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