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오프로드를 달려가 바이칼로/ 끝을 모르던 러시아/ 칼 립켄 주니어 만난 볼티모어/ 언페이스풀 주인공처럼 바람맞던 시카고/ 모든게 다 생생해"('먼나라 이웃나라' 가사中)
음악은 그것 자체로 서사와 이미지를 지닌 이야기인 경우가 많지만, 때로는 익숙한 대상에 대한 감상을 표현함으로써 전혀 새로운 즐거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최근 발표된 크로스오버 싱어송라이터 이정표의 프로젝트 앨범 '특별한 독후감'에는 대중에게 잘 알려진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삶과 글이 묻어난다.
그는 2012년 서점 안의 작은 공간에 문화예술계 인사를 초청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책방에서의 특별한 하루'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당시 나눈 사연과 책을 모티브로 삼아 곡을 써내려갔다.
아홉 곡이 담긴 음반에는 그가 만난 일곱 작가의 향기가 오롯이 느껴진다. 이원복 작가(먼나라 이웃나라), 박찬일 셰프(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정희성 시인(시를 찾아서), 김용택 시인(연애시집), 김양수 작가(시우는 행복해), 오영욱 건축가(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 임진모 음악평론가(젊음의 코드, 록)가 바로 그들이다.
수록곡 대부분 제목은 작가의 책이나 작품 제목을 빌려지었고, 노래 가사도 유명한 문구나 이미지를 활용했다.
정희성 시인의 '그대 귓가에 닿지 못한 한마디 말'을 읽고 쓴 동명의 수록곡에서 그는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의 섬세한 반주에 맞춰 안타까움과 그리움의 정서를 전한다.
타이틀곡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와 앨범의 문을 여는 '먼나라 이웃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빠른 템포의 곡에서 친근한 서울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애정과 설렘이 느껴진다.
인기 웹툰 '생활의 참견'을 그린 김양수 작가의 육아만화 '시우는 행복해'를 읽고는 '아빠가 필요해요'라는 곡을 썼다. 작가의 딸이 '딸기 맛 아이스크림 사주세요'라고 조르는 내용의 가사가 앙증맞다.
음반 기획사 관계자는 "직설적인 감정 표현이 주가 되는 요즘 대중가요의 가사에 인문학적인 향기를 전하는 음반"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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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4/01/22 13:2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