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말썽꾸러기 다람쥐 설리는 공원에 사는 동물들에게는 골치 아픈 걱정거리다. 이기적인 설리가 나타나면 만사가 엉망이 되기 때문.
힘을 합쳐 겨울을 나려는 다른 동료와 달리 설리는 항상 자신의 이익을 위해 혼자 다닌다. 그의 곁에는 마음 착한 생쥐 친구 버디뿐이다.
어느 날 거리의 땅콩 판매 노점을 발견하고 '대박'을 꿈꾸던 설리는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며 기어코 큰 사고를 친다. 공원 동물들의 '식량창고'인 떡갈나무를 홀랑 태우는 사고를 저지른 것.
결국 절대권력자 라쿤의 주도로 공원에서 추방당한 설리는 텃세와 생명의 위협이 가득한 도시에서의 힘겨운 생존기를 시작한다.
'넛잡: 땅콩 도둑들'은 겨울을 나고자 도시의 땅콩가게 습격에 나선 말썽꾸러기 다람쥐 설리와 친구들의 모험을 담은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앞서 작품은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틀어 사상 최대 규모로 북미 지역에서 개봉하는 '국산' 영화라는 점이 주목받았다. 미국에서 17일(현지시간) 3천420여개 관에서 개봉했는데, 국내 전체 스크린이 2천200여 관이니 그 큰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영화가 시작되면 먼저 실감 나는 그래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러 동물 캐릭터는 털 한올 한올이 섬세하게 표현됐고, 붉게 번지는 낙엽이나 불규칙하게 튀는 물방울과 같은 배경의 자연물도 때로 사진 같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선명하다.
여기에 동물이 주연인 만큼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적절한 리듬의 편집이 중요한데 흠결을 찾기 쉽지 않다. 동물이 도시 건축물이나 인간과의 접촉에서 유발되는 슬랩스틱 코미디는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줘 450억 원의 제작비가 헛되이 쓰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결과적으로 귀여운 캐릭터와 재기발랄한 슬랩스틱 코미디에 3D 효과까지 결합하면 영화가 아동 관객의 시선을 끌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혼자만 알던 설리가 동료애를 깨닫는 과정도 극장을 찾은 부모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기에 나쁘지 않은 교훈이다.
다만 영화의 다른 한 축인 등장하는 인간들의 이야기가 동물의 사연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 세계 시장을 노리는 제작사의 의도는 이해되나 영화 중간과 마지막에 삽입된 싸이의 글로벌 히트곡 '강남스타일'은 줄거리와 아무 연계점이 없어 묘한 이질감을 준다. 연출과 극본을 외국인이 맡아서인지 '강남스타일'을 제외하면 한국 관객이 따로 공감할 유머가 별로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
제목인 '넛잡'에는 중의적인 의미가 있는데 영어에서 일반적으로 훔치려는 대상물에 '잡'(Job)을 붙이는 점에 착안해 'Nut'(견과)과 'Job'를 더했다고 한다. 또 '넛잡'이라는 단어 자체가 '미치광이'를 지칭한다는 점도 고려됐다.
제작을 총괄한 제작사 ㈜레드로버의 하회진 대표는 제작발표회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이 할리우드라는 커다란 시장에 진출한다.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첫 한국 애니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감상하셔도 좋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1월29일 개봉. 전체관람가. 상영시간 85분.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4/01/19 09: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