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문 스님, 100인 환수위 구성키로
(애틀랜타·서울=연합뉴스) 김재현 특파원·민경락 기자 = '친일파' 윤치호(1865년~1945년)가 미국 에모리대 유학 시절 작사한 이른바 '애국가 원본'(이하 원본)을 환수하려는 움직임이 시민사회 일각에서 일고 있다.
에모리대에 있는 문제의 '원본'을 두고 그동안 학계에서는 윤치호의 애국가 작사설을 뒷받침하는 사료로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시민단체인 '문화재제자리찾기'의 대표인 혜문 스님은 "한글 붓글씨로 애국가 1절부터 4절까지 쓰고 '1907년 윤치호 작'이라는 서명이 붙은 문서 원본이 에모리대에 보관돼 있다"며 "오는 30일 에모리대에서 원본을 열람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혜문 스님은 "많은 문헌적 증거에도 윤치호는 반민족 친일파로 규정됐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애국가 작사가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라며 "그가 여러 명의 애국가 작사가 중의 하나라면 윤치호 친필본은 한국으로 환수돼야 한다"고 말했다.
혜문 스님은 17일 오전 종로 서울불교역사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애국가 작사본 100인 환수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에모리대 관계자는 연합뉴스 특파원과 통화에서 "원본이란 것이 오래전부터 여기 있었고 그동안 한국에서 많은 사람이 방문해 열람을 하고 다녀갔다"며 "갑자기 새로 발견된 것처럼 기사가 나서 깜짝 놀랐다"고 당혹감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그(혜문 스님) 분들이 애틀랜타총영사관을 통해서 에모리대를 방문해 열람하겠다는 뜻을 전달해왔다"며 "일단 31일쯤 만나기로 일정을 잡은 상태"라고 전했다.
한국 시민단체 측의 환수 의사와 관련해선 "'이번에 가져가지 못해도 우선 한번 보고 싶다'는 뜻인 것 같더라"며 "(환수가) 기부자 측에서 요청한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얘기를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원본'은 에모리대가 윤치호의 유가족들로부터 기증받아 도서관에 보관해왔으며, 그동안 훼손을 우려해 한국인 방문객에게 사본만 열람케 했다.
윤치호는 일제강점기 당시 독립협회 회장을 지내는 등 독립운동가로 활동했지만 1930년 이후 본격적인 친일활동에 나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공식 발표한 친일파에 포함됐다.
학계에서는 에모리대의 '원본' 등 각종 사료를 들어 윤치호가 애국가를 작사했다고 보는 학자가 적지 않지만, 반민족 성향의 부일 행각 탓에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에모리대가 있는 애틀랜타 등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윤치호 재평가를 두고 오래전부터 의견이 맞서왔다.
한 재미 사학자는 "에모리대의 '원본'을 증거로 윤치호 작사설을 공식 인정하면 친일파가 만든 노래를 애국가로 부르는 것이 돼서 국민 정서가 용납할지 의문"이라며 "이는 부끄러운 역사도 한국의 소중한 역사로 인정하느냐는 민감한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4/01/17 01:2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