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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 속의 섬④ 안동 하회마을, 강변에 피어난 연꽃

posted Jan 1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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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하회마을의 설경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안동 하회마을의 벚나무 가로수길에 눈이 내렸다. 하회마을은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cityboy@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이름이 참 어여쁘다. 마을을 휘도는 내는 화천(花川), 등지고 있는 산은 화산(花山)이다.

 

'물돌이'를 의미하는 '하회(河回)'라는 명칭도 명료하다. 작명에 일가견이 있는 식자의 작품처럼 느껴진다.

 

하회는 대표적인 물굽이 마을로,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이다. 무섬마을과 회룡포를 흐르는 내성천이 역동적이라면, 화천은 잔잔하고 정적이다. 마을 건너편의 부용대(芙蓉臺)에서 굽어봐야 비로소 지세가 특이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조선시대의 지리서인 택리지에서 하회마을은 퇴계의 거처였던 예안 도산과 함께 최고의 명당으로 언급된다. 주거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춘 완벽한 땅이라는 것이다.

 

안동 하회마을의 양진당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안동 하회마을의 종갓집인 양진당. 하회마을이 형성되는 데는 류운룡, 류성룡 형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cityboy@yna.co.kr

 

특히 하회마을에서는 물을 구하기 쉽다. 코앞에 있는 화천에 나가서 식수를 긷고, 빨래를 하면 된다.

 

화천은 생활뿐만 아니라 문화와 유희의 공간이었다. 하회마을의 양반들은 음력 7월 중순이 되면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 시를 짓고, 술잔을 나누는 뱃놀이를 즐겼다.

 

강물에는 달걀 껍데기에 기름 묻힌 솜을 넣은 뒤 불을 붙인 달걀불을 띄웠고, 허공에 매단 동아줄에 숯을 묶고 서서히 태우는 줄불놀이도 행해졌다.

 

이 시기에는 인근의 소인문객들까지 방문해 온 동네가 들썩거렸다. 이처럼 흥겨운 하회마을의 축제는 한동안 자취를 감췄으나, 최근에 다시 열리고 있다.

 

마을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화천은 가옥의 배치에도 영향을 미쳤다. 하회마을의 집들은 남향이나 동향을 고수하지 않고, 강을 따라 자연스럽게 건축됐다. 그리고 모든 길은 강으로 통하게 났다.

 

안동 하회마을의 하회탈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안동 하회마을에서는 나무를 깎아 만든 하회탈이 곳곳에서 판매된다. 하회탈전시관에서는 하회탈의 역사와 특성을 알아볼 수 있다. cityboy@yna.co.kr

 

 

◇ 류씨 형제가 설계한 마을

 

다른 물돌이 마을에 비해 하회마을의 역사는 유구하다.

 

고려시대부터 김해 허씨와 광주 안씨가 살던 곳에 풍산 류씨인 류종혜가 600여 년 전쯤 옮겨 왔다고 한다. 당시에 그는 마땅한 집터가 없어 변두리에 가옥을 지었는데, 점차 후손이 늘어 현재는 류씨 집성촌이 됐다.

 

120여 호가 들어선 하회마을의 구조는 다소 독특하다. 전통 촌락은 보통 입구에 평민과 천민의 집이 있고, 안쪽에 양반 가옥이 자리한다.

 

그러나 강을 따라 원형을 이루는 하회마을에서는 중심부에 모여 있는 선비의 기와집을 초가와 농지가 둘러싸고 있다. 또 화천 맞은편에도 서원과 정자가 위치한다.

 

그래서 하회마을에 처음 들른 사람은 어떤 건물을 중점적으로 봐야 할지 알지 못한다. 미리 공부를 하거나 해설사의 설명을 들어야 판단이 선다.

 

부용대에서 바라본 화천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높이 64m의 부용대에서는 하회마을과 화천을 내려다볼 수 있다. 류운룡이 후학을 기르기 위해 지은 겸암정사나 류성룡이 낙향한 뒤 세운 옥연정사에서 10분 남짓 걸으면 닿는다. cityboy@yna.co.kr

 

류씨 문중의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거주했지만, 지금의 하회마을을 만든 주인공은 겸암 류운룡과 서애 류성룡이다.

 

살 터울의 형제는 각각 살림집과 별가, 정자를 지었다. 나란히 퇴계 이황에게 학문을 배웠던 두 사람은 삶의 지향점과 궤적이 판이했다.

 

손이었던 류운룡은 뒤늦게 급제했으나, 관직에 큰 욕심이 없었다. 한성부 판관과 조정의 목장을 관리하는 사복시첨정을 역임한 뒤 임진왜란이 터지자 노모와 함께 하회마을로 돌아왔다.

 

면 류성룡은 조정에서 승승장구했다. 가장 높은 벼슬인 영의정에 올랐고, 이순신과 권율을 천거했다.

 

류운룡과 류성룡을 떠올리면 하회마을을 이해하기가 한결 쉽다. 종갓집인 양진당과 뒤편의 빈연정사에는 류운룡의 흔적이 새겨져 있고, 충효당과 삼신당 신목 옆의 원지정사에는 류성룡의 숨결이 남아 있다.

 

풍산 류씨의 대가 이어지고, 분가가 진행되면서 하회마을에는 또 다른 저택들이 생겨났다. 북촌댁으로 불리는 화경당과 남촌댁으로 일컬어지는 염행당, 하동고택은 모두 조선시대 후기의 가옥이다.

 

그러나 하회마을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축물은 집이 아니라 류성룡을 모신 병산서원(屛山書院)이다. 병산서원 만대루의 널찍한 누마루에 서면 낙동강과 백사장이 어우러지는 가경이 내려다보인다.

 

하회마을 여행의 마무리로는 부용대가 제격이다. 높이 64m의 절벽인 부용대는 목선을 타고 화천을 건너거나 자동차로 멀리 둘러 가야 닿을 수 있다.

 

안동 하회마을의 야경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안동 하회마을에 어스름이 깔리며 더욱 고요해진다. 겨울에는 인적이 더욱 드물어 적막감이 감돌기도 한다. cityboy@yna.co.kr

 

 

▲ 숙소와 먹을거리 = 무섬마을처럼 숙박 체험이 가능한 고택이 많다. 대부분의 건물이 숙소로 이용되고 있다. 그래서 기와집인 화경당은 물론 초가집인 덕여재 등에 머물 수 있다. 음식점은 하회마을 초입에 밀집해 있다. 간판 음식은 간고등어와 헛제삿밥, 찜닭이다.

psh59@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4/01/13 11:0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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