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이 남자, 자고 일어나 침구를 다림질하고 샤워를 한 뒤에는 샤워 커튼의 물기마저 드라이어로 모두 말려야 성에 찬다.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는 한정석(정재영 분)은 출근해 건널목 건너는 시간, 편의점에 들어서는 시간도 모두 손목시계의 분 단위 알람에 맞춰져 있다. 이름처럼 모든 일을 자신이 정해놓은 정석대로 처리해야 하는 강박증, 결벽증 환자다.
매일 같은 시간 찾는 편의점에서 자신처럼 삼각김밥 줄을 맞추고 손이 벗겨지도록 손을 씻는 여자(차예련 분)에게 사랑 고백을 하지만 여자는 자신과 똑같은 남자는 싫다며 거절한다.
짝사랑을 포기할 수 없어 처음으로 무계획적인 삶을 살기로 한 정석에게 인디밴드 보컬인 소정(한지민 분)은 자신이 도와주겠다며 밴드 오디션에 함께 나가자는 황당한 제안을 한다.
평범하지 않은 남녀가 크고 작은 소동을 겪으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결국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의 과정은 때로는 소소하게, 때로는 폭소할 정도의 웃음으로 채웠다.
하지만 밝고 통통 튀던 분위기는 정석의 아픈 과거를 보여줄 때 과도한 무게에 덜커덕 걸려 버린다. 그의 강박증과 결벽증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면치고는 부담스럽다.
유하 감독의 '비열한 거리'(2006)에 조감독으로 참여하고 몇 편의 단편 영화로 상을 받은 성시흡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2014년 1월 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15분.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2/28 07:1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