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목표는 국악 세련되게 편곡한 앨범 발표"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요즘 TV를 켜면 유독 눈에 쏙 들어오는 여성 국악인이 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구성진 민요 한 곡조를 뽑는데 아직 젖살도 안 빠져 보이는 앳된 소녀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조금씩 얼굴을 비추더니 최근 한 이동통신사 광고에까지 등장하면서 무섭게 떠오르는 '국악소녀' 송소희(16) 양이 주인공이다.
최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만난 그는 이제 막 기말고사를 끝내고 각종 공연과 송년 프로그램 출연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타고난 실력에 출중한 미모로 주목받고 최근 방송 출연도 잦아지면서 '국악 신동', '국악계 아이돌' 등 따라다니는 수식어도 화려해졌다.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러울 만도 한데 뜻밖에 담담하다.
"타이틀이나 별명에 대한 부담은 없어요. 오히려 어린 나이에 국악을 하면서 '국악 신동'이라 불린 덕분에 사람들이 저나 국악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갖는 것 같고요. 오히려 제가 자라면 국악에 대한 관심이 가라앉지는 않을까 조금 걱정은 되지만 타이틀에 연연하지는 않아요."
어린 나이에 국악에 입문하게 된 계기를 물었더니 "어릴 때 부모님이 일찍 끼를 발견해주시고 선견지명이 있어서 그렇게 된 것 같다"며 수줍게 웃는다.
"모든 아기가 음악을 좋아하지만 저는 유난히 그랬대요. 커서 뭐가 될지 알 수 없었지만, 예체능계로의 가능성도 열어두자 싶어서 2살 때부터 저를 피아노학원, 미술학원에 보내셨대요. 피아노 소리도 듣고 그림도 보라고요.(웃음)"
그러다 5살이 되면서 전통음악을 경험해 보라는 취지로 집에서 15분 거리에 있던 홍성의 한 국악원에 보낸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7살 되던 해 전국 노래자랑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고 2008년 다시 출연해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깜찍한 꼬마 송소희에게는 곧 '국악 신동'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렇게 국악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박석순에 이어 이광수에게서 사물놀이, 비나리를 배웠고 서울에서는 이호연으로부터 전통민요를 배웠다.
올해 고교(충남 당진 호서고) 1학년생이 된 송양은 국악고나 예술고가 아닌 인문계 고교에 진학한 이유에 대해 "국악 대중화에 대해 생각하면서 인문계에 진학해 보다 넓게 배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송양은 오케스트라와의 공연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일반 대중의 국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과 국악을 대중화하는데 관심이 많다.
"오케스트라와 공연하면 어렵지 않으냐고들 묻는데 생각보다 정말 잘 어울려요. 국악만이 낼 수 있는 깊은 소리와 서양음악이 낼 수 있는 다양한 음이 구색이 잘 맞고 관객들도 국악이 이렇게 멋진 줄 몰랐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웃음)"
예능 프로그램이나 광고 출연도 국악인으로서 대중에 더 다가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셈이다. 어린 국악인의 방송활동에 대해 주변에서 우려는 없었을까.
"처음엔 광고 출연도 국악 하는 분들께 누가 될까 걱정했는데 제 목표가 국악을 대중에게 친근하게 알리는 것이라 시작했어요. 다행히 주변 분들도 신선하다고 느끼시는 것 같고요."
장래 희망을 물으니 고민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국악인"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국악'이라는 단어 자체만으로도 한국 사람의 마음 한쪽에 울림이나 흥을 주는 것 같아요. 서양음악을 아무리 잘하는 분이라도 우리 고유의 음악이 아니니 자부심을 느끼긴 어렵잖아요. 국악은 내가 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자부심을 느끼게 돼요. 이건 평생 직업이에요."
송양은 올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바쁜 한해를 살았다. 지난 8일에는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콘서트도 열었다.
그는 "평소 국악에 관심이 많으신 연세 있는 분들이 많이 오셨다"며 "다음에는 서울에서 젊은 분들에게 국악을 들려주는 콘서트를 열고 싶다"고 했다.
내년 목표는 국악을 세련되게 편곡한 앨범을 발표하는 것이다.
"시대도 계속 바뀌는 만큼 음악도 전통을 지켜가는 분들과 저처럼 전통을 조금 더 풍부하고 재미있게 표현하는 사람이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서양 음악과 교류를 이어가는 것도 그런 이유이고요."
문득 '국악소녀' 송소희는 평소 어떤 노래를 즐겨 듣는지 궁금해졌다.
"저요? 국악 하는 사람이라 배우려고 국악을 많이 듣지만, 가요를 더 즐겨 들어요. (웃음)"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2/29 06:3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