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운명처럼 끌리고 서로 매만지며 빠져들고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상대를 질투하고 오해하고 아파하고 매달려도 보지만 더 이상은 그 사람 옆이 내 자리가 아님을 확인하는 일.
많은 사람이 겪는 사랑과 이별의 과정이다.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가 그리는 사랑과 이별도 다르지 않다.
시종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배우의 헝클어진 머리와 행복하게 음식을 먹는 얼굴처럼 꾸밈이 없다는 게 다르다면 다를까. 한 소녀가 한 여자를 사랑한 이야기라는 걸 굳이 끼워넣지 않아도 된다면 말이다.
영화는 올해 칸 영화제에서 경쟁작을 압도하는 이례적인 점수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이다. 10분이 넘게 이어지는 파격적인 정사신 때문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지만, 편집되지 않고 개봉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관객들은 환호하고 있다.
이미 부산국제영화제와 씨네큐브 예술영화 프리미어 페스티벌에서 전회 매진, 초고속 매진으로 입소문을 증명했다.
튀니지 출신의 프랑스 감독 압델라티프 케시시는 연극배우에서 영화 연출로 업을 바꾼 뒤 2000년 베니스국제영화제 미래의 사자상 이후 연출작마다 주요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입지를 굳혀왔고, 이 작품으로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아델(아델 엑사르코풀로스)은 문학을 좋아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인기 많은 남학생에게 고백도 받지만 남자에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다가 건널목에서 스쳐 지나간 파란 머리카락의 미대생 엠마(레아 세이두)에게 순식간에 빠져든다.
화가가 된 엠마는 아델을 뮤즈로 삼아 그림을 그리고, 유치원 교사가 된 아델은 엠마의 친구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며 행복해한다.
아델은 자유로운 집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으며 자랐고 자기주장이 확실한 엘리트인 엠마의 세계를 추종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는 균열이 생긴다.
프랑스 만화가 쥘리 마로의 그래픽 소설 '파란색은 따뜻하다'가 원작이다.
2014년 1월 16일 개봉. 상영시간 179분.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2/27 13:0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