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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에는 이런 독서를…볼만한 책 10選

posted Dec 2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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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출판팀 선정…편하게 읽을 수 있지만 메시지 강한 책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신창용 임기창 김보경 기자 = 올해에도 어김없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때가 왔다.

 

여러 모임이 끊이지 않는 시기이지만 내적으로는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새 희망을 품어보는 '힐링 타임'이 더욱 절실한 때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단숨에 끝까지 읽을 수 있는 매력적인 책에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연합뉴스 문학·출판·학술 담당 기자들이 올해 나온 주요 책 가운데 이맘때 큰 부담없이 볼만한 10권을 골라봤다. 딱딱하지 않아 편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길 수 있지만 동시에 간단하지 않은 메시지를 담았다.

◇ 28(정유정·은행나무)

 

'7년의 밤'으로 출판계를 뒤흔들었던 작가 정유정이 그로부터 2년 반 만에 내놓은 장편.

 

인수(人獸) 공통 전염병이 지배한 서울 외곽도시 화양에서 28일간 벌어지는 사투를 그렸다.

 

'빨간 눈'에서 시작해 며칠 새 목숨을 앗아가는 전염병의 재앙 앞에서 작가는 인간성의 뾰족한 이빨을 낱낱이 드러낸다. 인간이 저 살겠다고 개들에게, 타인에게 드러내는 광기의 폭력이 결국 어디로 뻗쳐나가는지 작가는 속도감 있는 이야기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첫 장을 폈으면 끝을 보게 할 정도로 흡입력이 상당한 작품이다.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고 군대가 동원돼 도시가 봉쇄되는 모습에서 1980년 광주를 떠올리는 독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 정글만리(전 3권, 조정래·해냄)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대하소설의 장인 조정래가 20여년의 취재 끝에 발표한 장편.

 

경제 대국으로 급성장한 중국을 무대로 한국, 중국, 일본, 미국, 프랑스 등 5개국의 비즈니스맨들이 벌이는 경제전쟁을 그렸다. '정글만리'는 약육강식이 원칙인 '정글'과 만리장성의 '만리'에서 온 것으로 중국의 현주소를 상징한다.

 

중국이 2016년에는 세계 초강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갈 길은 무엇인지 깊게 묻는다. 눈부시게 발전한 중국의 변화상을 보여주면서도 난개발로 몸살을 앓는 도시와 경제개발의 어두운 이면도 담았다.

 

문학 분야에서 올해 첫 밀리언셀러에 오른 작품이다.

◇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무라카미 하루키·민음사)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1Q84' 이후 3년 만에 펴낸 장편.

 

서른여섯 살의 다자키 쓰쿠루가 격렬한 상처로 남은 과거의 사건과 그 사건에 맞물린 타인들을 마주하며 눈이 깊어지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렸다. 소설은 여럿의 욕망과 불안이 어지럽게 뒤섞여 흔들리는 인생의 한복판에서 한 인간이 고통을 대가로 얻게 되는 어떤 시선에 대한 것이다.

 

책의 구성이나 줄거리는 단순하고 동시대를 사는 독자라면 누구나 무난하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적인 감각이 묻어나는 작품이지만 작가의 의중까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올해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에 선정된 작품이다.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한강·문학과지성사)

 

시적인 소설을 쓴다는 평가를 받아온 소설가 한강이 등단 20년 만에 처음으로 내놓은 시집.

 

모두 5부로 구성된 이 시집에서 시인은 죽어야 벗어날 것 같은 삶의 고통을 낮고 진폭 없는 목소리로 가만가만 고백한다. 시인이 얘기하는 삶의 고통은 어떤 구체적인 사건들이 아니라 삶의 전제 조건 같은, 아주 근본적인 것이다.

 

높낮이를 줄인 시인의 어조가 오히려 살아있는 고통을 거칠게 일으키지만, 시인은 고통의 긴 시간에 때때로 스며드는 햇빛에 몸을 맡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시인은 지난 20년 동안 관통해온 마음의 풍경을 시라는 가장 밀도 높은 언어형식에 옮겨놓았다.

 

 

 

 

◇ 어제까지의 세계(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강주헌 옮김·김영사)

 

스트레스에 지치고 자녀 양육 방법에 회의가 드는 이라면 무릎을 치면서 읽을만한 책이다.

 

퓰리처상 수상작 '총, 균, 쇠'로 유명한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신작이다. '총, 균, 쇠'에서 인류역사의 탄생과 진화, '문명의 붕괴'에서 문명의 위기와 종말을 논했던 그가 전통사회에서 생존의 해법을 찾았다.

 

더 나은 미래, 더 행복한 삶을 찾아 여행한 그가 최종적으로 도착한 곳은 '어제의 세계'다. 더 건강하게 사는 방법, 노후를 더 즐길 방법, 아이들을 더 자유롭게 키우는 방법을 '어제의 세계'에서 배울 수 있다는 것.

 

특히 전통사회에서 분쟁을 해결할 때는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구성원 간의 관계를 회복하는 게 목적이라는 지적은 곱씹을만하다.

 

 

 

◇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전 20권, 박시백 글, 그림·휴머니스트)

 

온 가족이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워가며 읽을만한 책이다. 만화책으로 치부하기에는 담긴 내공이 만만치 않다. 웬만한 역사서를 넘어서는 묵직함이 강점이다.

 

2003년 7월 조선의 개국을 다룬 제1권 '개국' 편을 펴낸 지 10년 만인 올해 제20권 '망국' 편으로 완간됐다.

 

'조선왕조실록'을 토대로 조선의 정사(正史)를 충실히 담아내면서 재미도 놓치지 않아 폭넓은 인기를 끌어왔다. 이달 초 전체 판매량이 100만부를 돌파하면서 불황을 겪는 출판만화계의 새로운 희망이 됐다.

 

남성 40~50대 중심이었던 역사책 독자의 연령층을 30~40대로 낮췄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지 않았던 여성이나 조선사 공부를 흥미롭게 해보려는 청소년 등 여러 독자층에게 두루 주목받고 있다.

 

 

 

◇ 미생(전 9권, 윤태호 글, 그림·위즈덤하우스)

 

샐러리맨의 애환을 제대로 그려낸 만화로 '직장인들의 바이블' '국민웹툰'이라는 애칭까지 붙었다. 지난 10월 9권으로 완간됐고 지난 11월 전체 누적 판매량은 50만부를 넘어섰다.

 

지난 2012년 1월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웹툰으로 선보이자마자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다음에서 누적 조회 수 10억건이라는 진기록을 세웠고, 최장 기간 네티즌 평점 1위를 기록했다.

 

프로기사만을 목표로 살아가던 청년 장그래가 입단에 실패한 뒤 회사에서 겪는 일상을 날카롭게 그렸다. 사회초년병이 업무 처리 과정에서 겪는 고충, 동료와의 인간관계, 직장인의 희로애락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웹툰으로 전편을 모두 읽고 감동한 직장인들이 아예 소장하기 위해 만화책을 세트로 구입하는 예가 많을 정도로 인기다.

 

 

 

◇ 인생수업(법륜 지음·휴)

 

올해 하반기 최고 베스트셀러다.

 

법륜 스님은 종교는 물론 사회, 정치, 삶 등 여러 분야에 두루 통찰력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막힘없이 간결하게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힘은 '즉문즉설'로도 잘 알려졌다.

 

책에서는 "인생의 황금기는 바로 지금"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젊은 사람은 '젊으니까 힘도 있고 꿈도 가질 수 있어 얼마나 좋은가', 나이 든 사람은 '인생 경험을 많이 했더니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구나'라며 각각 자기를 긍정하고 현재의 삶을 더 좋게 만들어나가라고 조언한다.

 

죽음의 순간은 언제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오늘을 마지막처럼 최선을 다해 살라고 강조한다.

 

스님이 전하는 명쾌한 메시지를 차례로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어깨 위에 얹힌 짐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역사평설 병자호란(전 2권, 한명기 지음·푸른역사)

 

역사서이지만 병자호란의 전말을 평설 형식으로 다뤘다. 그래서 소설처럼 술술 잘 읽힌다.

 

'국제전쟁으로서 병자호란을 조망한 최초의 본격 통사(通史)'라는 평가를 받는 책이다. 명지대 사학과 교수인 저자가 광범위한 사료를 섭렵하고 중국·일본사의 자료와 연구 성과까지 흡수했다.

 

'과거'이자 '역사'로서 병자호란을 오늘날 과제를 푸는 데 필요한 반면교사로 승화시킨 통찰력이 돋보인다.

 

저자는 오늘날 대한민국도 미·일 동맹과 중국 사이에서 다시 '선택의 기로'에 내몰릴지도 모른다고 지적한다. 일정 정도 이상의 독자적인 역량이 없을 경우 외교적 노력은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병자호란은 '과거'가 아니다. 우리가 반추해야 할 'G2 시대의 비망록'이다."

 

 

 

◇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알랭 드 보통, 존 암스트롱 지음·김한영 옮김·문학동네)

 

한국 출판계에서 알랭 드 보통이라는 이름은 '흥행 보증 수표'다. 매끈한 글솜씨에 반한 독자들은 '보통'이라는 이름표만 붙으면 망설이지 않고 책을 집어든다.

 

소설을 비롯해 다양한 관심사를 써 온 보통이 이번에 미술 에세이를 내놨다. 미술사가 존 암스트롱과 함께 예술작품으로 삶과 사랑을 이야기했다.

 

예를 들어 기억과 관련해 등장하는 그림은 장바티스트 르노의 1786년작 '미술의 기원:양치기의 그림자를 더듬어가는 디부타데스'다. 이별할 때가 되자 여자는 남자의 그림자를 벽면에 그리며 기억을 남겨둔다.

 

보통은 또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할까' 같은 문제를 특정 예술작품과 연결해 해답을 구한다. 시원한 크기의 판형(205×270㎜)으로 140점의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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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2/25 15:2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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