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로서의 성장통, 베토벤으로 극복"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피아니스트 김선욱(25)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 연주는 처음부터 화제를 뿌렸다.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는 거장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으로 여겨지는 일.
하지만, 이 젊은 피아니스트는 2년 동안 총 8회에 걸친 완주 계획을 세운 뒤 신중하고 열정적으로 베토벤의 발자취를 좇아왔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마지막 클라이맥스만을 앞두고 있다. 오는 21일 LG아트센터에서 베토벤의 마지막 3개 후기 소나타(31번·32번·33번)를 연주한다.
18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김선욱은 "연주자로서 큰 챕터를 하나 끝내는 기분"이라며 "베토벤 전곡 연주를 통해 음악관과 연주자로서의 역할 등을 정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성장통 같은 걸 겪고 있었던 것 같아요. 나는 누군가, 어디쯤 와 있나, 이런 고민이 많았죠. 그런데 베토벤 전곡 연주를 하면서 음악을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제게 그런 능력과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게 됐고요. 베토벤 음악이 정말 신기해요."
그의 열렬한 베토벤 사랑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는 "슈베르트도 정말 좋지만, 베토벤은 또 다르다"며 "슈베르트는 처음 시작이 환상적인 반면, 베토벤은 마지막 음표 하나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베토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좋은 일도 잇달아 생겼다.
작년 피아니스트 엘리자베스 레온스카야 대타로 존 엘리엇 가디너 경이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연주했고, 지난 8월에는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축제인 영국 BBC 프롬스 무대에도 데뷔했다.
그는 점점 더 연주에 애정과 사명감이 생긴다고 했다.
"예전에는 주위에서 다들 잘한다고 해주시니까, 연주 기회가 계속 생기니까, 재밌어서 무대에 올랐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점점 직업 정신이라는 것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사명감과 뿌듯함 같은 것이 있어요. 이것을 장인 정신으로 잇고 싶어요. 끝까지 매진해서 어떻게든 더 좋은 걸 만들어 내고야 마는 그런 장인 정신이요."
향후 일정도 빡빡하다. 오는 12월 베를린 필하모니 캄머무직잘(실내악홀)에서의 베를린 데뷔 무대를 앞두고 있으며, 내년 2월에는 함부르크 NDR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세계적인 현대음악 작곡가 진은숙의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한다. 이후 도이체 그라모폰에서 진은숙 작품으로 녹음도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베토벤 시리즈를 다시 또 할 계획이 있느냐고 질문을 던지자 "네"라는 답이 순식간에 돌아왔다. 망설임이 없었다.
"지금 제 나이에 베토벤 전곡 연주를 했다는 것은 엄청난 재산이라 생각해요. 시간과 경험이 쌓이고 나면 더 깊어지겠죠. 두 번째, 세 번째 전곡 연주도 꼭 다시 할 겁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1/18 15:4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