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본문시작

"'모나리자', 친척집 화장실에 걸렸다 생각해 보세요"

posted Oct 27, 201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뷰어로 보기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뷰어로 보기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신간 '영혼의 미술관' 출간한 알랭 드 보통
신간 '영혼의 미술관' 출간한 알랭 드 보통
(런던=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예술 에세이 '영혼의 미술관'을 출간한 스위스 태생의 인기 작가 알랭 드 보통이 2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서 런던 시민을 대상으로 강연한 뒤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3. 10. 27.   photo@yna.co.kr
 

신간 '영혼의 미술관' 출간한 인기 작가 알랭 드 보통 인터뷰

 

개개인의 심리적 필요에 부응하는 예술과의 만남 강조

 

(런던=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 걸려 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앞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많은 사람이 '모나리자'를 직접 보고야 말았다며 즐거워하지만 그림의 어디가 좋았느냐고 누가 물으면 딱히 할 말이 없다.

 

이런 궁색한 상황에 대해 스위스 태생의 인기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조언은 "'모나리자'가 유명한 그림이라는 사실을 무시하라"는 것이다. 작가는 '모나리자'가 친척집 화장실벽에 걸려 있고 돈도 안 되는 그림이라 생각해보라고 권한다. 관객 개개인이 심리적 필요에 맞춰 자유롭게 작품을 해석하고 자신과 삶을 이해하는 계기로 삼을 때 '치유로서의 예술'이 가능해진다는 주장이다.

 

예술 에세이 '영혼의 미술관'(문학동네. 원제 Art as Therapy)을 출간한 작가를 2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서 만났다. 작가는 "사랑과 일, 타인과의 관계처럼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답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예술작품을 개인적이고 치유의 측면에서 바라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앞서 내셔널 갤러리에서는 런던 시민 3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 열렸다. 한국에서는 작가가 20∼30대 여성 독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데 비해 강연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가 고루 참석했다.

 

영국 최대의 미술관인 내셔널 갤러리에는 시대별로 작품이 분류돼 걸려 있다. 작가는 내셔널 갤러리 한복판에서 "제일 재미없는 전시 방식"이라며 거침없는 발언을 마다하지 않았다. 시기와 사조 같은, 연구자 중심의 전시 기준에 집착하지 말고 삶의 곤경이나 인간 감정의 양상을 주제 삼아 전시실을 나누자는 게 작가의 제안이다.

 

이런 제안을 네덜란드와 캐나다, 호주의 미술관에서 받아들였다고 한다. 작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랑과 섹슈얼리티, 슬픔, 불안, 질투, 희망, 노동, 죽음, 타인 같은 인간적이고 일상적인 주제를 예술가들에게 창작 의제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다음은 일문일답.

 

-- 지금껏 다방면에 관심을 보여왔고 이번엔 예술을 다뤘는데.

 

▲ 내가 지금까지 쓴 책들은 문화를 우리 삶의 한복판에 던져놓고 그 문화가 선사하는 치유적 측면을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나는 사람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고 사람들이 철학적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을 써왔다. 내가 쓴 모든 책은 모두 같은 역할을 하다는 점에서 연결돼 있고 예술의 영역을 들여다보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 예술이 개인의 심리적 필요에 따라 적극적으로 향유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대형 박물관과 미술관의 작품 전시 방식을 비판했는데.

 

▲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문제, 예를 들어 이해관계나 사랑으로 인한 어려움, 일에서 느끼는 괴로움, 결국은 죽을 운명이라는 사실이 주는 힘겨움,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어려움 같은 것에 대해 예술작품이 답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예술작품을 개인적이고 치유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고 싶었다. 예술작품을 우리가 살고 죽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어떤 것으로 보려고 했다.

 

-- 책 속에 소개한 140여점의 작품은 어떻게 골랐나. 책에 한국의 달항아리도 포함됐더라.

 

▲ 미술사학자 존 암스트롱과 책을 같이 쓰면서 우리가 좋아하는 그림들을 그냥 테이블에 늘어놓고 골랐다.(웃음) 달항아리는 페이스북에서 알고 지내던 한국인 덕분에 알게 됐고 정말 아름답다고 느꼈다. 우리집에도 조그마한 달항아리가 있다.

 

신간 '영혼의 미술관' 출간한 알랭 드 보통
신간 '영혼의 미술관' 출간한 알랭 드 보통
(런던=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예술 에세이 '영혼의 미술관'을 출간한 스위스 태생의 인기 작가 알랭 드 보통이 2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서 런던 시민을 대상으로 강연한 뒤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3. 10. 27. photo@yna.co.kr
 

-- 개인적으로 삶에 깊은 영향을 준 예술작품이 있나.

 

▲ 요하네스 버미어나 피에터 드 후흐 같은 17세기 네덜란드 화가들의 작품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들의 작품은 반영웅주의적이면서 일상을 품위 있고 올바르게 그려낸다. 내가 내 삶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흥미롭지도 않다는 걸 깨달았을 때 이들의 작품이 내 인생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이 그림들과 마주하면서 나 자신과 내가 처한 환경을 좀 더 우아한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 평소 예술을 즐기는 방식이 있다면.

 

▲ 책상 위 벽에 커다란 판을 하나 붙여 놓고 좋아하는 그림엽서들을 붙여 두고 감상한다. 박물관에서 파는 그림엽서들이다. 박물관이나 갤러리에는 항상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진정한 감상을 하기 어렵다. 그림엽서와 포스터는 예술작품과 나 자신을 개인적으로 연결해주는 아주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개인적인 접근을 통해서 예술작품을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사람들이 휴대전화에 자기만의 예술작품을 저장해 놓는 데 익숙해졌으면 한다. 나 자신과 관련된 작품들을 하나씩 저장해가고, 음악을 저장했다 듣는 것처럼 잠깐 시간이 날 때 감상하는 거다.

 

-- 대형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전시 방식에 대한 작가의 비판을 불편하게 여길 것 같다.

 

▲ 내셔널 갤러리, 테이트 갤러리 같은 곳은 엄청나게 큰 기관이고 나는 그저 한 마리 벼룩에 불과하다. 나는 내셔널 갤러리를 무너뜨릴 작정은 아니다. 다만 이들의 접근 방식에 대해 진심 어린 비판을 하는 건 중요하다고 본다.

-- 한국에서 너무 많은 책이 치유를 약속했지만 요즘은 '힐링'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 차라리 우리의 삶이 고통의 연속이라는 걸 인정해 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 내게 좋은 치유란 고통의 수용과 같은 맥락이다. 좋은 의미에서 고통의 수용은 감성적이면서도 우아한 방식으로 우리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한국 독자들이 어떤 책들에 실망했다면 그건 아마 '일 년 안에 10억 버는 법', '영원히 동안으로 사는 비법', '항상 행복한 성생활을 하는 법' 같은 제목의 책이어서가 아니었을까?(웃음) 문학이나 음악, 영화, 예술이 품고 있는 이상은 언제나 치유의 가능성을 품고 있어서 삶을 약간이나마 덜 괴롭게 한다.

 

-- 만약 '모나리자'에 대한 소개글을 쓸 기회가 주어진다면.

 

▲ 우선 '모나리자'가 유명한 그림이라는 사실을 무시하라고 강조할 것이다. '모나리자'를 둘러싼 신화나 열기는 작품과 (개인적인) 관계를 맺는 데 도움이 전혀 안 된다. 그 그림이 경제적으로도 가치가 전혀 없고 친척집 욕실 벽에 걸린 그림이라고 가정해보자. 물론 '모나리자'에는 수수께끼 같은 미소처럼 아주 흥미로운 점들이 많지만 그 작품이 세상에서 너무너무 뛰어난 작품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기대를 낮추고 그림을 보기를 권한다고 쓰고 싶다.

-

- 런던에서 시작한 '인생학교'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잘 되고 있고 내년에 한국에도 지점을 내기로 했다. 세 군데 정도의 기관과 접촉하고 있는데 이르면 내년 6월쯤 한국에 문을 열게 될 것이다.

 

nari@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27 08:42 송고


  1. 강릉 굴산사에 통일신라 승탑 하나 더 있었다

    승탑 옥개석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옥개석 부재 발굴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신라 하대 불교 선종을 대표하는 9개 산문...
    Date2013.10.28
    Read More
  2. 조승우·박하선, MBC 단막극 '이상…' 출연(종합)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배우 조승우가 데뷔 이후 처음으로 MBC 단막극에 출연한다. MBC 관계자는 25일 "조승우 씨가 11...
    Date2013.10.27
    Read More
  3. 소방차 정원관, 17세 연하 여자친구와 결혼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1980년대 후반 큰 인기를 누린 그룹 소방차 출신 가수 정원관(48)이 26일 17세 연하의 여자친구...
    Date2013.10.27
    Read More
  4. "'모나리자', 친척집 화장실에 걸렸다 생각해 보세요"

    신간 '영혼의 미술관' 출간한 알랭 드 보통 (런던=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예술 에세이 '영혼의 미술관'을 출간한 스위스 태생...
    Date2013.10.27
    Read More
  5. 화폭이 된 가을…'꼭 가야 할' 단풍길 75곳

    내장산·주왕산 다음 달 초 '절정'…지리산은 계곡 중심으로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설악산과 오대산을 지나 속리산·월악...
    Date2013.10.27
    Read More
  6. No Image

    안도현 시인 28일 국민참여재판…선고 결과 주목

    (전주=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지난해 12월 자신의 트위터에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안중근 의사의 유묵(보물 제569-4...
    Date2013.10.27
    Read More
  7. 11월7일 수능일 출근 1시간 늦추고 대중교통 증편

    강원 수험생 지원차량 이용해 시험장으로 사진은 한 수험생이 수험생수송 지원차량을 이용해 수능 시험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
    Date2013.10.27
    Read More
  8. tvN '응답하라 1997' 다시보기 1천만건 돌파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작년 여름 방송돼 화제가 된 케이블 채널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다시보기(VOD) 누적 ...
    Date2013.10.26
    Read More
  9. No Image

    "화요일 점심은 미술가와 함께 미술관에서"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점심때에 미술가가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미술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특별한 ...
    Date2013.10.26
    Read More
  10. No Image

    천상병 20주기 '천목사랑예술제' 26일 의정부서 열려

    (의정부=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천상병 시인을 기리는 '제1회 천목사랑예술제'가 26∼31일 경기도 의정부시 천상병소풍길과 의...
    Date2013.10.26
    Read More
  11. 경찰 '상해 혐의' 김주하 앵커 남편 조사(종합)

    김주하 앵커, 결혼 9년만에 이혼소송 (서울=연합뉴스) 김주하(40) MBC 앵커가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Date2013.10.26
    Read More
  12. 루비나아트센터 개관전 '검내를 건너온 빛'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 문을 연 루비나 아트센터(관장 강석효)가 개관전 '검내(炭川)를 ...
    Date2013.10.26
    Read More
  13. 인터뷰- 서상면 상파울루 문화원장 "중남미 교두보 될 것"

    서상면 초대 상파울루 문화원장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상파울루 한국문화원의 서상면 초대 문화원장이 23...
    Date2013.10.26
    Read More
  14. 크레용팝, 데뷔 후 첫 단독 콘서트…무료로 진행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올해 '빠빠빠'로 큰 인기를 누린 걸그룹 크레용팝이 오는 30일 마포구 상암동 누리꾼스퀘어에서 ...
    Date2013.10.26
    Read More
  15. 새영화-연결될수록 외로운 모순…'디스커넥트'

    '디스커넥트'의 한 장면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그 어느 때보다 연결된 사회. 하지만 그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하는 개인...
    Date2013.10.26
    Read More
  16. 삼성전자, 보급형 스마트폰으로 사상 최대실적 견인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에도 25일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사상 최대 성과...
    Date2013.10.26
    Read More
  17. 원숭이도 대화할 땐 번갈아 `말하기·듣기'

    에버랜드 동물원 '검은꼬리 마모셋' << 연합뉴스 DB >> (서울=연합뉴스) 이영임 기자 = 마모셋 원숭이들은 사람이 대화하는 것과...
    Date2013.10.26
    Read More
  18. <인터뷰> 김영선 주인도네시아 대사

    "한국은 인도네시아의 롤모델이자 미래의 핵심 파트너" (발리<인도네시아>=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인도네시아 수실로 밤방 유...
    Date2013.10.25
    Read More
  19. 한채영, KBS '예쁜 남자'로 안방극장 복귀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한채영이 KBS 2TV 새 수목드라마 '예쁜 남자'로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25일 KBS에 따르면 한채영...
    Date2013.10.25
    Read More
  20. 독도의 날 기념 플래시몹

    [ 2013-10-25 11:33 송고 ] 독도의 날 기념 플래시몹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한국재능기부봉사단원들이 독도의 날인 25...
    Date2013.10.2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428 429 430 431 432 ... 553 Next
/ 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