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민의식'을 함양해 글로벌 시대로 나아가자"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이제 우리는 편견을 버리고, 글로벌 시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계숙(68) 세계국제결혼여성총연합회(World-KIMWA) 이사장은 세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한국 국민이 '글로벌 시민의식'을 함양해야 한다고 설파한다.
서울 양재동의 The-K-호텔(구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제9회 국제결혼여성 세계대회에 참가한 이 이사장은 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는 국제결혼한 여성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고 편견을 지니고 있어 국가의 이미지가 추락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화에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16개국 34개 지회에 5천 명이 넘는 회원을 둔 World-KIMWA가 개최하는 세계대회는 국제결혼을 통해 전 세계에 나가 거주하는 한인 여성들이 친정을 찾아 거주국과 모국은 물론 다문화 가정과 회원 상호 간에 소통하고 발전 방안을 찾는 자리다.
이 이사장은 "전 세계 국제결혼한 한인 여성은 남편을 따라 홀로 다른 문화와 사회에 뛰어들어 편견과 역경을 딛고 오늘날 자신의 입지를 구축했다"면서 "이들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도전으로 자수성가했을 뿐 아니라 학자, 교육자, 기업가로 성공하거나 한인사회와 지역사회의 봉사에 앞장서 커뮤니티의 존경을 받기도 한다"고 뿌듯해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경험을 고국이 글로벌화로 나아가고 다문화 사회를 지향하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World-KIMWA는 매년 세계대회를 열면서 경기도 동두천에 있는 ACA다문화학교와 다문화 가정 여성단체인 '톡 투 미'(Talk to me)를 후원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우리 회원들은 거주국에서 1일 찻집과 모금을 통해 마련한 기금 1만6천 달러(약 1천717만6천원)를 올해에도 학교와 단체에 장학금으로 내놓았다"면서 "방학 동안에 국내 다문화 가정의 청소년을 미국에 초청해 선진 문화를 체험하게 하는 프로그램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해도 연백 출생인 그는 1·4 후퇴 때 부모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와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살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1974년 친구 언니의 초청으로 미국에 건너갔다.
그곳에서 미 공군인 남편(59)과 결혼해 외동딸을 낳고, 미국은 물론 근무지인 독일(8년 거주)과 일본(4년 거주)에서도 살았다.
그는 남편이 예편한 뒤 시애틀시 세금 감독원으로 근무하면서부터 한인사회와 주류사회 봉사활동에 나섰다.
워싱턴주 스포겐 한글학교 교장을 지냈고, 워싱턴주 한미여성회 회장을 두 차례나 맡았다.
"1일 찻집과 크랩 파티 등을 열어 기금을 모았어요. 한국 내 다문화 가정을 돕기도 하고 현지에서 국제결혼 여성들의 대학생 자녀에게 장학금을 줬어요. 장애인 아동 셸터(쉼터)에 음식도 제공했지요. 미국 해병대가 주최하는 해병 한국 참전용사 골프대회도 후원하고 있습니다."
한국 문화에 목말라 있는 시애틀 지역 거주 한인 입양인들을 위한 자리도 만들고 있다. 여성회는 서북미 한국학교협의회와 함께 지난달 21일 입양 한인 가족 100여 명을 초청해 사물놀이, 윷놀이, 제기차기, 투호, 연날리기 등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행사를 열었다.
다음 달 8일에는 홈리스(노숙자)들에게 음식을 대접할 예정이다. 이 단체는 지난해 홈리스들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도록 옷을 전달했다.
"외국에 나가면 다 애국자가 된다고 합니다. 더욱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딸로, 각국에서 정체성을 간직하며 한국 알리기에 앞장서온 국제결혼 여성들은 민간외교관입니다. 앞으로는 남편뿐만 아니라 2세들도 세계대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정부가 우리를 포용해줬으면 합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09 14:0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