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대통령도 다문화 가정 꾸리고 살았죠"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부부도 다문화 가정이었습니다. 한국 사회가 다문화 가정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처럼 해외에 거주하며 민간외교관 역할을 하는 국제결혼 한인 여성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500㎞ 떨어진 인스브루크시에서 양국 문화 교류에 발벗고 나선 이순애(58·여) 씨는 지난 2005년 이승만 대통령의 부인인 프란체스카 여사의 일대기를 담은 '프란체스카 리 스토리'를 펴낸 소설가다.
서울 양재동 The-K-호텔에서 열리는 제9회 국제결혼여성세계대회에 참석한 이 씨는 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프란체스카 여사와 국제결혼한 한인 여성의 삶은 서로 닮은꼴인 면이 많다"며 말문을 열었다.
가족과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식민지 출신의 가난한 독립운동가 이승만과의 결혼을 결심했을 당시의 심정이 어떨지 누구보다 이해가 되기에 그의 자전적 소설을 쓰게 됐다는 것이다.
이 씨는 프란체스카 여사의 삶을 세상에 알리기까지 현지답사, 문헌 수집, 집필 등에 15년을 매달렸다.
"1991년 이화여대 동창회 모임에서 프란체스카 여사의 며느리 조혜자 선배를 만났는데 '오스트리아인 남성과 결혼해 산다니 반갑다. 어머니에게 소개해주겠다'고 해 여사를 처음 뵈었습니다. 저도 그전까지는 여사가 '호주댁' 인 줄 알 정도로 대부분 사람이 착각하고 있었죠. 오스트리아 사람들도 대한민국의 초대 영부인이 자국 출신인 걸 잘 몰라서 그분의 이야기를 널리 알려야겠다고 결심해 소설을 쓰게 됐습니다."
이 소설의 독일어와 영어판 발간을 준비하는 그의 또 다른 직함은 '민간 문화대사'다.
오스트리아에 한국 문화를 알리고 한국에 오스트리아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매년 클래식 밴드 2∼3개 팀을 한국 축제에 이끌고 와 공연도 펼치고 한국의 곳곳을 둘러보게 하고 있다.
이 씨는 "유럽인들은 한국이 전쟁 위험이 있는 분단국가라며 여행하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면서 "그러나 막상 한국에 오면 아름다운 산하와 푸짐한 인정, 담백하면서도 몸에 좋은 진수성찬과 활력 넘치는 모습에 감동해 또 오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한국 육상 국가대표 출신이기도 한 그는 1980년 이화여대 체육과를 졸업하고 나서 독일에 유학했다. 마인츠대에서 교육학으로, 프랑크푸르트대에서는 체육의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유학 시절 오스트리아인 남편을 만나 25년 전 인스브루크에 정착했다.
1988년에는 오스트리아 IOC 위원 통역으로 서울을 방문했고, 이듬해 오스트리아 관광청에서 발급한 관광가이드 자격을 취득해 15년간 인스브루크시, 티롤주 관광홍보 마케터로 활동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승만 박사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자 비서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던 프란체스카 여사는 20세기 가장 용감한 여성이었습니다. 그분의 삶은 오직 남편만 믿고 낯설고 물 선 타국으로 시집온 제게도 큰 격려와 위로가 됐기에 앞으로도 그의 삶을 더 알리는 데 앞장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