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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고 싶다면 역설적으로 연대해야 합니다"

posted Oct 1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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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사람들의 사회학…'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출간

 

(수원=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사월의책 펴냄)의 저자인 노명우(47) 아주대 교수를 만나서 왜 결혼하지 않았느냐는 질문부터 했다.

 

유학을 마치고 난 후 한국에 돌아와 짧지 않았던 강사생활을 거쳐 교수까지 되고 보니 어느덧 중년이 되고야 말았다는 노 교수는 "많은 사람이 그렇듯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면서 웃었다.

 

자기 의지에 따라 자발적으로 혼자 사는 삶을 선택한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보다는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노 교수처럼 확고한 철학이나 신념이 있어서가 아니라 '어쩌다 보니'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이 된다.

 

이혼의 철학 때문에 이혼을 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어서' 이혼을 택한 사람이 더 많은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시대는 이미 적지 않은 사람이 혼자 사는 사회로 접어들었다.

 

평균 수명은 늘어나는데 남자와 여자의 평균 수명 격차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인생의 어느 부분 동안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혼율이 증가하면 그 결과는 당연히 혼자 사는 사람의 증가로 나타난다. 평균 혼인연령이 높아지거나 아예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그것 또한 혼자 사는 사람의 증가로 연결될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 1980년 전체 가구의 4.8%에 불과했던 1인 가구가 올해 현재 25%에 다다랐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의 변동이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우리는 이미 핵가족의 시대에서 '1인 가족' 시대로 급격한 변화와 마주한 것이다.

 

노 교수는 "이제 가족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 단단한 틀이 아니라 유동적인 제도의 틀이 돼가고 있다"면서 "우리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없이 사회경제적인 구조상 1인 가구 현상은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됐으며 1인 가구는 끊임없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령화 현상까지 더해져 이제 잠시든 오랫동안이든 누구나 혼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 노 교수는 덧붙였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사회가 1인 가구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사회적 현실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행복한 결혼'이라는 허상에 사로잡혀 1인 가구 시대의 진입을 부정하고 싶은 현실, 좁게는 결혼을 안 하려고 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국한한 문제로 치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더군다나 '화려한 싱글'이라는 왜곡된 이미지는 1인 가구 문제의 심각성을 가릴 뿐만 아니라 혼자 산다는 것의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킨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와 같은 드라마는 모든 '혼자 사는 사람'을 화려한 싱글이라는 포장지로 덮으려 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혼자 사는 사람'을 덮기에는 이 포장지가 너무 부족합니다. 혼자 사는 사람이 신비로운 비밀이라도 품은 양 묘한 매력을 풍길 수 있는 순간은 인생에서 찰나에 불과합니다."

 

노 교수가 지적하듯이 '화려한 싱글'이란 경제적인 자원이 넉넉한 소수만 누릴 수 있는 삶이다.

 

더욱이 전통 가족에서는 남성적 영역과 여성적 영역을 나눠 돈을 버는 것과 가사 업무를 분담하는데, 1인 가구면 이는 오롯이 혼자의 몫이다. 화려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힘들어질 수 있는 요인이 더 많다.

 

결정적으로 '화려한 싱글'이라는 거짓말은 화려하지 않은, 아니 비참하게 보호받지 못하는 홀로 버려진 사람들을 생략한다.

 

노 교수는 "우리가 지금처럼 1인 가구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놔두고 내버려둔다면 최근 일본에서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고독사 문제가 우리에게 똑같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고독사는 가족·친척·사회와 떨어져 살다 아무도 모르게 홀로 죽음을 맞고 죽어서도 오랫동안 시신이 방치되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도 일본과 비슷한 핵가족·고령화 길을 밟은 만큼 고독사가 남의 얘기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노 교수는 스웨덴 모델에서 그 대안을 찾았다. 스웨덴은 전체 가구 중 47%가 1인 가구이며, 수도 스톡홀름은 1인 가구 비중이 무려 60%에 달하지만 가장 살기 좋은 곳 순위에서 세계 5위인 기묘한 나라다.

 

노 교수는 "스웨덴 모델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회가 가족이 되어 준 것"이라며 "사회복지 정책을 통해 가족의 복지 부담을 덜고 개개인을 상대로 한 복지정책의 전환을 이뤄낸 곳이 바로 스웨덴이다. 그래서 1인 가구가 넘쳐나도 삶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의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주는 복지가 그래서 중요하다"면서 "그렇기에 혼자 살고 싶지만 늙어서 쓸쓸히 혼자 죽는 것만은 피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홀로서기는 역설적으로 개인과 개인이 함께 만드는 네트워크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노 교수 주장이다. 노 교수는 그래서 홀로서기에 이미 나섰거나 이를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개인주의자'가 되라고 주문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선정한 2013년 우수출판기획 당선작이다.

 

changyong@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11 09:0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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