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 원장 권태신) ‘기업가정신 지수의 장기 변화 추이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본 연구에서는 △경제활동 참가율, △수출 증감률, △인구 10만명당 사업체수(10인 이상 기준), △대규모 사업체 비중(종업원 300인 이상), △GDP 대비 설비·연구개발 투자비율, △법안가결률, △공무원 경쟁률(9급) 등 7개 지표를 기준으로 기업가정신지수를 평가했다.
◇기업가정신지수 37년 새 절반 이상 하락, 2009년 금융위기 시기 가장 낮아
우리나라의 기업가정신지수가 점차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 2013년 우리나라의 기업가정신지수는 66.6로, 1976년 150.9에 비해 절반이상 하락했다. 특히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9년 우리나라 기업가정신지수는 63.3으로 조사기간 중 가장 낮았고, 이를 기점으로 하락폭도 더욱 커졌다.
한경연은 “기업가정신이 절반이상으로 떨어진 데에는 공공 부문 지수의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법안 가결률, 공무원 경쟁률 지표가 포함된 공공 부문의 기업가정신지수는 1981년도를 100점 기준으로 볼 때 1991년 90.7에서 2001년 70.2, 그리고 2013년에는 26.4로 크게 떨어졌다. 반면 민간부문 지수는 같은 기준으로 1981년 100에서 2013년 69.8로 하락했지만, 공공부문 지수에 비해 하락폭이 적었다. 황인학 선임연구위원은 “공공부문의 기업가정신지수가 하락한 이유는 정치 기업가정신(political entrepreneurship)을 나타내는 척도인 법안 가결율이 2000년대에 들어 급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법안 발의 수는 15대 국회 1951건에서 19대 국회 14387건으로 7.4배 이상 증가한데 반해, 가결건수는 15대 국회 659건 19대국회 1853건으로 2.8배 증가했다. 그 결과 법안 가결율도 15대 국회 33.8%에서 19대 국회 12.9%로 절반 이상 낮아졌다. 한경연은 “법안 발의 건수가 증가하는데 비해 가결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경제활동 규칙을 정하고 변경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 국회의 입법 활동이 비생산적이고 지대추구적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라며, “이는 민간 부문의 생산적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사업체 수는 증가하는데 반해 대규모 사업체 비중 갈수록 줄어…기존 기업의 성장의지 하락 방증
기업가정신지수 지표 중 인구 10만당 사업체수는 꾸준히 증가한데 반해, 대규모 사업체 비중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당 사업체수는 1976년 41.99개에서 2013년 132.26개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사업체 규모별로는 인구 10만당 중소규모·소규모 사업체수는 꾸준히 증가한데 반해, 대규모 사업체수는 1980년대 후반 이후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참조 2) 전체 사업체 중 300인 이상의 대규모 사업체 비중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1970년대 초반까지는 중소규모의 기업들이 종업원 300인 이상 대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증가 추세로 나타났으나, 1976년 6.8%를 기록하는 등 감소세로 돌아서 1988년 3.1%, 1998년 1.5%, 2013년 1.0%로 크게 줄었다.
이에 대해 황인학 선임연구위원은 “1987년에 정부가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규제를 강화한 반면 중소기업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확대하기 시작했는데 1980년대 후반이후 대규모사업체 비중이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제도적 요인이 기업분포가 중소기업 중심으로 편향된 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대규모 사업체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기존 기업의 성장의지가 높지 않다는 방증”이라며, “기술발전에 따라 기업조직을 효율화하면서 기업규모는 작아질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기업분포가 소규모로 편향돼 있어 생산성 향상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업가정신지수 평가 지표 중 공무원 경쟁률(9급 기준)은 2013년 0.72로 1977년 0.20에 비해 3.6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공무원 시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은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창업 등에 도전하기보다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