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자기 절제 사회'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세계보건기구는 지구온난화로 사망하는 사람은 매년 15만 명에 달하며, 2030년까지는 숫자가 두 배로 증가하리라 추정했다.
많은 숫자 같지만 담배로 인한 사망자에 수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다. 2030년까지 담배로 인한 사망자 수는 전 세계에서 800만 명에 달하리라 추정된다.
과음, 비만, 위험한 성관계 등까지 영역을 넓혀보자. 미국에서는 이처럼 '자제력 부족'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연간 1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미국인 전체 연간 사망률의 절반가량이나 된다. 사상 최악의 전쟁이라고 불린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 총 전사자 수가 40만 명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엄청난 숫자다.
문제는 자제력 부족이 정보가 없어서 생기는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대인 대부분은 담배와 과음의 해악을 너무나 잘 안다. 하지만 유혹이 인간의 의지보다 훨씬 강하게 발달하고 있기 때문에 늘 굴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인은 1919년에는 닭 한 마리를 사려면 3시간을 기다려야 했지만 이제는 15분이면 충분하다. 예전에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지저분한 비디오 가게에 가야 포르노물을 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인터넷에서 클릭만 하면 가능하다.
기혼자들이 익명으로 불륜 상대를 찾아 서로 쾌락을 즐길 수 있는 웹사이트까지 등장했다. 돈이 없어도 넘쳐나는 신용카드와 대부업체가 소비 욕구를 충동질한다.
미국 인기 저널리스트 대니얼 액스트의 신간 '자기 절제 사회'(원제: Self-Control in an Age of Excess)는 자제력을 무너뜨리려고 달려드는 현대의 다양한 유혹을 소개하면서 지금이야말로 자제력이 개인의 성공과 생존의 핵심 요소가 됐다고 지적한다.
그는 "오늘날에는 충분한 자제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드물다"면서 "현대의 자본주의 체제는 동틀 무렵 헬스클럽에서 지방을 털어내고 지옥 같은 교육과정을 견뎌 우수한 성적을 얻는 자제력 엘리트에게 예전보다 훨씬 후한 보상을 준다"고 강조한다.
다만, 인간의 의지력을 과신하지는 말라고 지적한다. 의지력과 정신력에만 의존하는 인간은 오히려 실패한다는 것이다.
담배를 끊으려고 시도한 사람들 가운데 가장 높은 실패율을 기록한 이들은 자신의 의지력에 최고로 높은 점수를 준 사람이라는 심리학자 로런 노드그렌의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세이렌의 매혹적인 노래에 홀리지 않기 위해 부하에게 자신을 돛대에 묶으라고 명령한 오디세우스, 디저트가 나오면 그 중 절반에는 소금을 뿌려 먹지 못하게 하면서 다이어트하는 주부, 도박 중독에 시달린 끝에 마감까지 원고를 완성하지 못하면 돈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향후 9년간 모든 작품의 권리를 출판사에 넘긴다는 가혹한 '예방 조치'를 꺼내 든 도스토옙스키 등의 예도 든다.
저자는 의지력을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면서 단련하라고 조언한다. 외로움보다는 공동체가 자제력을 강화할 수 있으니 인간관계와 주변환경도 잘 활용하라고 덧붙인다.
아울러 상상력도 강조한다.
그는 "자기 절제와 관련해 중요한 것은 오히려 의지보다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능력, 즉 비전"이라며 "비전이 있어야 단기적인 선택에 대한 장기적인 결과가 생생하게 떠오르기 마련"이라고 말한다.
자제력과 성공의 함수 관계를 독특한 시각으로 분석하면서 흥미로운 사례를 다양하게 담은 책이다.
구계원 옮김. 민음사. 404쪽. 2만5천원.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9/02 06:3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