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커셔니스트 황진학, 11일 일신아트홀서 독주회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타악기 연주자라 하면 검은 연미복과 나비 넥타이 차림으로 오케스트라 맨 뒷줄에 앉아 있는 모습 정도가 떠오른다.
하지만 타악기 연주자 황진학(44)이 오는 11일 서울 일신아트홀에서 여는 공연에서는 색다른 타악 연주가 펼쳐진다.
우선 타악기가 무대에 '홀로' 선다. 타악기가 오케스트라의 일원이 아닌 독립 악기로서 무대 전면에 서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낯선 장면은 계속 이어진다.
황진학은 공연 중간 아무런 악기도 없이 맨몸으로 무대에 선다. 셔츠까지 훌렁 벗어 던진 채 클래식 공연에서 보기 어려운 '상반신 노출'을 감행한다.
이번 프로그램 중 하나인 프랑스 작곡가 빈코 글라보카르의 작품(Corporel for a Percussion Player on His Body)이 아무런 장치나 악기 없이 인간의 신체에서 나는 소리만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악보에 기록돼 있는 것도 음이나 리듬이 아닌 '제스처'다.
황진학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몸 자체가 악기가 되기 때문에 악기와 연주자가 하나가 되는 흥미로운 곡"이라며 "타악기의 다양한 가능성과 매력을 알리고자 이번 무대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음대와 프랑스 말메종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팀파니스트, TIMF 앙상블 멤버 등으로 활약하는 정통 클래식 연주자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육성은 물론, 얼굴부터 배까지 다양한 곳을 치며 신체가 낼 수 있는 모든 음의 색깔을 보여준다. 덕분에 연습이 끝나면 온몸은 불긋불긋하게 변해있곤 한다.
아픔도 아픔이지만, 클래식 음악회에서의 노출이 부담되지는 않았을까.
그는 "몸을 악기라 생각하니 크게 부담되진 않는다"며 웃었다. "그래도 석 달 전부터는 헬스장을 다니며 운동을 시작했는데,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평범한 40대 아저씨 몸으로 연주를 들려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웃음)"
이번 공연에서는 이 곡 이외에도 트롬본, 팀파니, 피아노로 연주하는 곡, 스네어드럼의 화려한 리듬과 음색을 선보이는 곡 등 다양한 타악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타악의 매력을 "한 마디로 카타르시스"라고 정리했다.
"두드리고 때리다 보면 연주자와 관객 모두 속이 뻥 뚫리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타악기의 처음과 끝을 다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전석 2만원이며 문의는 ☎02-3474-8317.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9/01 07: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