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3년 중국에 선교사 첫 파견, 지난해 169개국 2만4천여명 활약
"선교의 질적 성장 필요", "공격적 선교 접고 상식과 배려 갖춰야"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1913년 11월 조선예수교장로회는 중국 산둥성에 선교사 3명을 파견한다. 한국기독교의 본격적인 첫 해외선교라 할 수 있다.
1885년 미국 북장로회 언더우드와 북감리회 아펜젤러 선교사가 한국 땅을 밟은 지 28년 만의 일이다. 당시 선교사 찰스 클락은 "실로 세계에 유례가 없는 경이적 사실"이라고 놀라워했다.
이후 한국기독교는 내부적인 양적 성장과 함께 해외 선교에도 힘을 쏟아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선교사를 내보내면서 '세계선교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도 드러냈다. 대표적인 것이 양적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선교의 질과 함께 공격적 선교를 둘러싼 논란이다.
교회 안팎에서는 합리성과 상식, 상대에 대한 배려를 토대로 진정한 신앙에 근거한 선교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 역사적인 첫 해외선교 = 시기적으로 한국교회 최초의 해외선교사는 1902년 하와이에 파송된 홍승하 전도사다. 그러나 다른 문화권을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해외선교로는 1913년 장로교 총회의 중국 선교사 파견이 꼽힌다.
그해 11월 박태로·김영훈·사병순 세 목사는 산둥성 라이양에 도착한다. 집 한 채를 빌려 살면서 중국어 공부를 시작해 1년 만에 3명의 수세자(受洗者)와 40여 명의 신자를 확보했다. 그러나 박태로가 풍토병에 걸려 1916년 귀국한 뒤 사망하고, 다른 두 사람도 본국 교회의 허락 없이 선교지를 이탈해 돌아왔다.
장로교는 이듬해 후임 선교사를 파견하고 한국인 최초의 의료선교사 김윤식도 보낸다. 김윤식이 설립한 계림의원은 1921년 환자가 6천명으로 늘어날 정도로 신임을 얻었다. 1931년에는 한국교회의 첫 여선교사인 김순호도 중국에 파견됐다.
산둥성 선교는 타 문화권 선교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한국 선교사들이 중국교회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현지인들의 입장을 존중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10년 동안 40개의 교회를 세우고 3개의 노회(지방회)를 조직하는 성과를 냈다.
◇ '세계선교 주역'의 명암 = 해외에 파견된 한국인 선교사의 정확한 숫자는 파악하기 어렵다. 교단과 선교단체, 개별교회 등 여러 경로에서 파견되기 때문이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는 2012년 현재 해외선교사를 169개국 2만4천700여 명으로 추산한다. 한국선교연구원도 2만 명 이상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1980년에 100명, 1989년 1천명, 2002년을 전후해 1만명대를 돌파한 데 이어 초고속 성장을 계속한 것이다.
파견지역을 종교권별로 보면 기독교권 24.3%, 이슬람권 23.2%, 공산권 19.4%, 불교권 13.1% 등이다. 대륙별로는 47.3%, 유라시아 14.6%, 북미 9.3%, 아프리카 7.7%, 라틴아메리카 5.8% 등이다.
한국 선교사들은 교회개척과 제자훈련, 교육 등을 역점 사업으로 삼는다. 또 복지, 선교행정, 문화·스포츠, 어린이·청소년, 외국인 근로자, 성경번역, 상담치유 등에도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169개국에 파견된 선교사의 50% 이상이 중화권과 미국을 비롯한 상위 10개국에 분포하는 특정지역 쏠림 현상은 문제로 지적된다.
또 선교사 교육 부족, 양적 성장의 부작용으로 생겨난 사역의 질 저하, 사후평가 소홀, 서구선교 답습 등도 개선이 필요한 점으로 꼽힌다.
한국 해외선교의 가장 큰 문제는 공격적 선교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 단기선교팀 피랍 사태와 2000년대 특정 선교단체를 중심으로 한 중동·중앙아시아 국가 내 평화행진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런 일이 불거질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부정적 반응은 개신교와 개신교의 선교 방법에 대한 반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초대형 교회의 물량주의적 대규모 단기선교도 현지인들에게는 공격적인 선교 양상으로 비치기 쉽다.
◇ "자신을 낮춘 한 단계 성숙한 선교를…" = 해외선교가 성과를 거두려면 양적인 성장 못지않게 질적인 성숙을 키워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전문가 양성을 통해 소수의 리더에게 업무가 지나치게 집중되는 현상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지인들에게 우월감을 갖지 않고 동등한 입장에서 협력하도록 선교지 문화에 대한 훈련을 강화하는 일도 시급하다.
또 선교사 수가 많지 않아도 순수하고 진지했던 과거의 선교 정신을 회복하고, 선교사 윤리 기준을 강화해 헌신에 필요한 인격과 실력을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선교를 위해선 신앙의 기본 정신으로 돌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신경규 고신대 교수는 "선교의 원천적인 근거는 하나님의 사랑이다. 복음은 말로 전해지는 것일 뿐 아니라 삶과 행위로 행해지는 것이다. 상식과 예의,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를 갖고 복음을 전한다면 진정성과 설득력이 훨씬 커진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27 09:3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