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불의 여신 정이' 기자간담회
(고양=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예전에는 '국민 여동생' 칭호에 감을 잡지 못했어요. 이 말이 싫기도 했고, '어째서 나를 그렇게 부를까'하는 생각도 했죠. 그런데 나이가 들어 요즘 친구들을 보면서 '저래서 나보고 그랬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웃음)
배우 문근영(26)은 지난 1999년 영화 '길 위에서'로 데뷔한 이래 드라마 '가을동화', 영화 '어린 신부' 등의 작품을 통해 '국민 여동생'으로 통했다. 최근 MBC TV 수목 사극 '불의 여신 정이' 촬영에 한창인 그는 어느새 햇수로 데뷔 15년째를 맞이했다.
5일 경기도 고양시 MBC드림센터 인근에서 열린 '불의 여신 정이' 기자간담회에서 문근영은 "요즘 아역들을 보며 옛날 생각이 난다"며 "예전엔 '아역 분량이 좋았다'는 말이 참 좋았는데, 입장이 바뀌어보니 그 말이 부담이 되더라"고 되돌아봤다.
"요즘 '국민 여동생'이요? 수지는 제가 봐도 너무나 사랑스럽고 예뻐요. 김연아 씨는 너무나 멋있는 여자인 것 같습니다. 그분은 독보적이에요."
이날 그는 전작 SBS TV '청담동 앨리스' 때보다 한층 가녀린 모습으로 등장해 취재진을 놀라게 했다. '불의 여신 정이'를 시작하기 전에 체중 관리도 했지만, 녹록지 않은 여름 촬영에 허리가 3인치나 줄어들었단다.
"의상이 커져 버리는 바람에 전부 다시 맞출 정도였죠. 몸과 마음이 힘들었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에는 스트레스 없이 행복하다 보니 세 끼를 다 챙겨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것 같아요."
푹푹 찌는 여름날 겹겹이 한복을 입어야 해 촬영이 무척이나 고되지만, 마음만은 행복하다는 그다.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인 그는 문학을 공부하면서 연기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다고 고백했다.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는 없어요. 작가도 작품마다 다 똑같은 게 아니잖아요. 저도 작품마다 달리 보이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는 "과거에는 모든 작품에서 완벽하게 보이려는 욕심이 있었다"면서도 "문학 공부를 하면서 대중의 입장, 작가의 입장, 공부하는 입장에 각각 서서 바라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전작은 이를 비우는 과정이었다"고 진솔하게 말했다.
문근영은 현재 졸업을 위한 학점은 이미 이수한 상태. 소설가 김승옥을 주제로 한 논문도 제출했다. 컴퓨터 자격증과 영어 점수 같은 요건만 갖추면 원하는 때 바로 졸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졸업은 나중에 생각이 들 때 할 생각이에요. 졸업하면 도서관도 마음대로 가지 못하잖아요." (웃음)
'불의 여신 정이'는 16세기 끝 자락을 살다간 조선시대 최초 여성 사기장 '유정'의 삶을 다룬 작품. 지난 2008년 SBS TV '바람의 화원'의 신윤복 역에 이어 또다시 '남장 여자'를 앞세운 사극에 도전했다.
문근영은 "원래 시놉시스 상에는 '남장 여자'라는 요소가 없었다"며 "극의 재미를 위해 대본 작업 중에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차별화에 대한 부담은 별로 없었어요. 촬영 초반에는 (신)윤복이가 신경 쓰여서 스태프에게 '윤복이 같느냐'고 물어보기도 했죠. 하지만 윤복이는 남자 사이에서 살아야 했던 아이였고, 유정은 잠깐 남장으로 사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어서 부담은 적었습니다."
그는 "'바람의 화원'에서는 너무 잘생겨서 아이돌 같았다"며 "이번에는 그보다는 정숙한 여인에 가깝다"고 비교했다.
사기장을 다루는 작품에 나서는 만큼 그는 직접 도자기 굽는 법도 배웠다. 풀샷 촬영을 할 때는 조선 시대라는 설정에 맞게 발로 물레를 돌리는 장면도 필요하기 때문.
문근영은 "사발, 접시 같은 것은 만들 수 있다. 호리병이나 큰 항아리도 할 수는 있을 정도"라고 자신의 실력을 뽐냈다.
극 중 그와 러브라인을 그리는 남자 주인공은 광해 역의 이상윤. 굳이 호흡을 맞추려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둘 만의 공기가 조성될 정도로 '찰떡' 같은 연기 궁합이란다.
"굳이 의식을 하지 않아도 오빠(이상윤)가 연기하려는 대사나 표정이 읽혀요. 제 것도 오빠가 읽는 것 같고요. 자연스럽게 호흡이 흐른다는 느낌이 들어서 참 좋아요."
그는 '불의 여신 정이'의 촬영을 마치고 그동안 미처 이루지 못했던 친구들과의 약속을 지킬 계획이다. 이후 연극이나 영화에도 출연하고픈 뜻이 있다.
"친구들과 '어디 어디에 놀러가자'고 사적인 약속을 잡은 게 있어요. 작품이 끝나면 당분간 쉬면서 신나게 놀고 싶어요. 스스로 선물하는 '보상'도 필요하다고 봐요." (웃음)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05 15:0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