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임진왜란(1592∼1598)을 배경으로 한 경남 통영 충렬사 소장 수조도(水操圖)에서 1800년대 말 처음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태극기가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통영시는 최근 임진왜란 당시 삼도수군 통제사이던 충무공 이순신이 거북선 43척을 포함, 총 548척의 전선(戰船)을 진두지휘하는 광경을 담아낸 수조도에서 태극기 문양을 발견했다고 3일 밝혔다.
이 그림 한가운데에 그려진 좌선(座船·통제사가 타는 배)의 원수(元帥) 깃발 뒤쪽에 태극기 깃발이 꽂혀 있음을 충렬사에 수조도를 보관한 지 120여년 만에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다.
수조도는 제작연도는 분명치 않지만 통제영(충청·전라·경상도의 삼도수군을 관할하는 통제사가 있는 본진) 본영의 파총(종4품 관직)이자 도화서(圖畵署) 출신이던 정효현(1848∼1928)이 고종(1852∼1919)의 명을 받들어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태극기는 1882년 외교사절 박영효(1861∼1939)가 일본으로 건너가는 배에서 처음 제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이보다 앞선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수조도에 태극기가 들어간 배경에 관심이 모이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두 가지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태극문양이 삼국시대부터 나타난 점을 감안하면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에도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동주 동아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태극문양은 삼국시대부터 나타났다"며 "고려시대 범종 중에도 현 태극기와 동일한 태극 문양이 새겨진 것들이 확인되고 임진왜란에 참가한 청나라 화공이 1598년(?)에 그린 '정왜기공도'에도 태극문양이 나온다"고 밝혔다.
평소 이순신을 추앙한 고종이 1883년 조선 국기로 삼은 태극기를 수조도에 상징적으로 그려넣도록 했다는 견해도 있다.
이상훈 해군사관학교박물관 서기관은 "우리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해전도(1860년경 제작)와 국립진주박물관 소장 수조도(구한말 제작)에도 태극문양 깃발이 등장하는데, 이는 최고 지휘관이 타고 있는 본부 군선을 상징적으로 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영시는 어떤 배경과 의미에서 수조도에 태극기 문양이 들어갔는지 등을 조사하기 위해 최근 전문가에게 연구를 의뢰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03 13:2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