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영화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는 규모가 큰 영화는 아니지만, 매력적인 할리우드 배우들의 조합으로 눈길을 끄는 영화다.
세계적으로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는 라이언 고슬링에서 시작해 할리우드의 대세 브래들리 쿠퍼로 이어지고 빛나는 신예 데인 드한으로 마무리되는 이 영화는 배우들을 보는 재미만으로도 2시간20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게다가 배우들의 얼굴에 집중하며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비극의 대물림'이란 이야기를 오묘한 얼개로 짜놓은 시나리오와 연출의 힘까지 느끼게 된다.
'블루 발렌타인'으로 예민한 감성을 보여준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의 신작이다.
라이언 고슬링과 브래들리 쿠퍼가 함께 나오는 스크린을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실망스러울지 모르지만, 영화에서 두 사람은 딱 한 장면에만 같이 나올 뿐 스쳐지나가는 사이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조우가 두 사람의 운명을 갈라놓는다. 이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점이다.
모터사이클 스턴트맨으로 떠돌아다니는 루크(라이언 고슬링)는 뉴욕 외곽 스케넥터디에 왔다가 1년 전 짧은 만남을 가진 여자 로미나(에바 멘데스)와 재회한다. 그녀는 말하지 않았지만, 루크는 우연히 로미나의 집에 찾아갔다가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이곳을 떠날 예정이었던 루크는 아들을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정착하기로 한다. 하지만 새 남자친구의 집에 얹혀살고 있는 로미나는 루크에게 뭘 해서 아이를 먹여살릴 거냐고 묻는다.
푼돈으로는 여자와 아이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루크는 우연히 만난 '로빈'의 꾐에 넘어가 은행을 털기로 한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빠른 오토바이 운전 실력으로 돈을 털어 달아나는 식이다. 꽤 많은 돈을 만지게 된 그는 로미나와 아들 제이슨과 행복한 한 때를 보낸다. 그리고 그 달콤함에 취해 점점 더 은행 강도 횟수를 늘린다.
그리고 무리한 범행을 시도한 어느 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추적에 포위돼 어느 집으로 숨어드는데, 그곳까지 쫓아온 경찰 에이버리 크로스(브래들리 쿠퍼)와 맞닥뜨린다. 신참인 에이버리는 루크를 보자마자 당황해 총을 쏘고 루크는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강도 소탕으로 단숨에 '영웅'으로 대접받게 된 에이버리는 로스쿨 출신에 약삭빠른 처세로 검사의 자리까지 오르고 성공 가도를 달린다.
그 후 15년이 흐르고 에이버리의 아들 AJ와 루크의 아들 제이슨(데인 드한)이 한 학교에서 만난다.
이 영화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인간의 운명,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얄궂은 인연 또는 악연의 고리를 흥미롭게 파고든다. 초반부엔 쭉 '루크'의 얘기만 보여주고 단 한 차례도 에이버리를 등장시키지 않다가 두 사람의 우연한 만남으로 에이버리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구성은 그런 인간사의 드라마틱함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마치 연극처럼 1막이 끝나고 2막이 시작된 뒤 15년 뒤 다시 3막이 시작되는 구성은 다른 영화들에서 보지 못한 신선한 이야기 방식이다. 중심인물이 전환되는 이런 구성은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관객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아울러 세 사람의 내면에 깊숙이 들어가기와 빠져나오기를 차례로 이어가면서 관객이 세 사람 각각에 감정을 이입하게 하기도 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기도 한다. 영화는 인물들을 일방적인 선·악으로 구분 짓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있는 욕망, 이기심, 방어심리 등 복잡다단한 측면을 비추며 각각의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이런 미묘한 감정과 심리 변화를 강렬하게 표현한 라이언 고슬링과 브래들리 쿠퍼의 열연으로 영화는 한층 더 빛난다.
'크로니클'의 주인공으로 눈길을 끌었던 신예 데인 드한은 앞으로도 주목해야 할 배우임을 다시 입증한다.
8월 1일 개봉. 상영시간 140분. 청소년관람불가.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31 11:42 송고